초기 투자금 쏟아부은 첫 도전 실패…"직원 월급까지 반납"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저는 확실히 사업 체질인 것 같아요. 창업 직후에 후회도 많이 했지만 요즘은 제가 생각한 방향대로 서비스가 나오고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얻으면서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류준우 보맵 대표는 환히 웃었다. 보맵은 가입한 보험을 한눈에 확인하고 보험금도 간편하게 찾아주는 ‘보험관리 서비스 플랫폼’이다. 공동창업자 2명과 함께 2015년 말 창업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수습기자 = 류준우 보맵 대표가 지난 1월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홍우빌딩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1.03 pangbin@newspim.com |
◆ “보험에 붙은 ‘도둑놈’ 꼬리표 안타까워”
류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뒤 SGI서울보증에서 6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보증 대상 업체의 재무 상태나 개인의 신용 상태가 적힌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는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는 “제가 외향적이고 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성격이라 꼼꼼히 서류를 살피는 것에는 재능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자연스레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고 5년간 차근차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창업 아이템을 ‘보험’으로 정한 것은 풀리지 않은 의문 때문이었다. 류 대표는 보험에 몸담기 전부터 ‘왜 보험에는 부정적 이미지가 꼬리표처럼 붙어다닐까’ 궁금했다. 국내 보험시장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니었다. 자그마치 세계 7위다. 욕하면서 가입하는 시장 구조가 기이했다. 류 대표는 “나도 한때 매달 100만원씩 보험료를 냈다”며 “보험업계 종사자도 관리를 못했는데 일반인들은 어떻겠는가. 누군가는 기형적인 시장을 바꿔야 한다는 소명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보 비대칭을 없애야 보험산업에 만연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다.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자부했지만 창업의 길은 생각보다 더 고단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왜 관두냐”며 말리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개발자와의 대화도 어려웠다. 세상에 없던 첫 서비스인 만큼 개발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그가 첫 번째로 내놓은 ‘레드박스’는 고객이 보험증서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면 정보를 저장해 앱에서 관리해 주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참패했다. 그는 “고객은 본인의 보험증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을 간과했다”고 아쉬워했다. 실패는 우선 경제적으로 그를 힘들게 했다. 운영비가 바닥나 직원들에게 “월급을 반납해 달라”고 양해를 구할 정도였다.
◆ 발로 뛰어 얻은 ‘아이디어’ 사업에 접목
그는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회사가 세운 가설을 철저히 검증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갔다. 시민들과 보험사에 소속된 설계사 등에게 보험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여기서 보험금 청구가 어렵다는 목소리를 들었다. 또 대학생들이 재테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관심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
레드박스 실패를 맛본 지 3개월 후 그는 투자 전문기업 더스퀘어앤컴퍼니로부터 5억원을 투자받았다. 류 대표는 “IR을 하고 34시간 만에 투자가 결정됐다”며 “그날 저녁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 뒤 빌렸던 돈과 이자를 바로 지급했다. 직원들과 케이크를 사서 자축도 했는데 그때의 벅참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두 날개를 단 보맵(당시 사명은 레드벨벳벤처스)은 2017년 초 보험금 청구 및 컨설팅 서비스를 담은 보맵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보맵 3.0을 선보여 보험상품 가입 기능을 추가했다.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착안한 모델이다. ‘일상으로의 보험’이라는 모토 아래 여행, 스키, 애완동물 등 고객이 편하게 살기 위한 보험을 위주로 판매할 예정이다.
현재 보맵은 ‘보험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라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류 대표는 “현재 전 세계 보험시장은 비대면으로 가는 추세다. 보험사들도 이를 인지하고 플랫폼과 손을 잡고 있다”며 “우리도 단기간 내 수익을 창출하려 하기보다 플랫폼으로서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상품이 일상생활에서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을 인지시켜 고객들이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가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을 꿈꾼다. 직접 진출과 간접 진출(플랫폼 수출)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류 대표는 “어느 나라든 본인이 든 보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똑같아 전망이 밝다”며 “IT 테스트베드인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남아, 유럽, 미국 등 해외에 진출해 글로벌 보험 플랫폼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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