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롯데쇼핑 등급조정 예고...'강등'·'상향' 해석 엇갈려
한기평 '상향' vs 한기평 '강등'...새로운 기준 제시도 문제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채권업계가 롯데쇼핑 신용등급 전망을 두고 '강등'과 '상향'으로 양분됐다. 등급조정 기준으로는 '상향' 조정 해야하지만,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올해 유통업이 부진할 것이라며 다른 전망을 내놨다.
여기에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의 등급평가 기준으로 '강등' 대상이라는 주장이 나와 시장 참여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기평은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조정을 앞두고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23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한기평은 지난 10일 여의도에서 ‘2019년 주요 산업 전망 및 신용등급 방향성 점검’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병균 한기평 실장은 "현재 'AA+/부정적'등급을 받고 있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오는 5월 본평가에서 '안정적'로 바꿀 것"이라면서 "바뀌는 등급이 'AA0/안정적'이 될 지 'AA+/안정적'이 될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조정을 예고한 것이다.
이 세미나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유통업 성장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업계 전반이 부정적일 것이라는 세미나 자료 때문이다. 이에 참석자들은 롯데쇼핑 신용등급 '강등'을 점쳤다.
반면 롯데쇼핑의 중국 철수 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해결돼 펀더멘털이 회복되고 '신용등급 원상복귀' 조건에 부합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등급은 '상향' 조정될 수 있다.
한국예탁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채권발행 잔액은 3조4700억원이다. 이 중 3년 이내 갚아야 할 채권은 절반 수준인 1조7400억원.
롯데마트 이천점[사진=롯데쇼핑] |
◆ 한기평에선 '상향', 한기평에선 '강등'...엇갈린 트리거
신용평가사의 등급평가 기준이 달라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
한기평은 롯데쇼핑 등급 '하향' 기준으로 △국내사업 경쟁력 저하 국내외 자산매각 지연으로 부채비율 개선 지연 △연결기준 'EBITDA/총매출액' 6.0% 이하, 순차입금/EBITDA 3.5배 이상 지속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AA+/안정적' 복귀 조건으로 △우수한 시장지위, 차입금 감축 등을 통해 부채비율 개선 △연결기준 'EBITDA/총매출액' 6.0% 초과, '순차입금/EBITDA' 3.5배 미만 지속 등을 내세웠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9월말 기준 EBITDA/총매출액 8.1%, 순차입금/EBITDA 3.3배다. 또 중국 사업 역시 지난해 4월 화북법인을 시작으로 중국내 법인 매각과 폐점을 거치며 완전히 정리했다. 등급전망 '상향'조건에 부합하고 있다.
반면 한신평은 롯데쇼핑 등급전망 하향조정 조건으로 별도기준 △EBITDA/총매출 7%이하 △조정순차입금/EBITDA 3배 초과 △해외부문 합산 후 조정순차입금/EBITDA 4배 초과를 제시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EBITDA/총매출 6.0% △조정순차입금/EBITDA 3.7배 △해외부문 합산 후 조정순차입금/EBITDA 4.7배를 기록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롯데쇼핑은 신용등급 '강등'을 피하기 어렵다.
◆ 설명요구에 新기준 제시...시장 '황당'
한편, 김병균 한기평 실장은 롯데쇼핑 등급전망과 관련해 문의하자, 기존 등급 하향/상향 기준을 무시한 채 새로운 등급조정 기준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롯데쇼핑이 'AA+' 등급을 유지하기 위한 수준에 부합하는지를 살펴볼 것"이라면서 "또 중단된 중국사업의 손익이 제거된 후 미래에도 계속 자기사업 경쟁력을 볼 수 있을 지여부를 판단해 최종 신용등급을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지난 2017년 11월 롯데쇼핑 등급전망 하향 후 올해 1월까지 유지해왔던 등급조정 기준을 무시한 발언이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애초에 트리거(trigger) 도입할 때부터 제대로 될까 의심스러웠는데 손에 칼 들고 있다고 맘대로 흔드는 꼴"이라면서 "무슨 학교 선생님 의중 파악해야 되는 것처럼 각 신평사 의중 파악하는 것이 크레딧 애널의 일이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롯데쇼핑 등급이 떨어지면 롯데지주와 롯데카드도 조정되는 등 시장 영향이 크다"면서 "신평사에서 신용등급 결정 기준에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