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모색하는 주유소 "수소차충전소, 수익성 담보 안돼"
[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앞으로 서울 도심에 수소충전소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수소충전소의 한 형태로 정유사 직영주유소를 활용하는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수익성 면에서 큰 이점이 없다며 미온적인 반응이다.
정유4사 CI. [사진=각사] |
2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도심 내 수소충전소 설치 계획에 대해 정유업계는 도심 내 부지 확보의 어려움, 폭발 위험 등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을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를 통해 도심 내 수소충전소 설치를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 15곳은 고압가스시설로 분류돼 모두 접근성이 나쁜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도심 내 수소충전소의 한 형태로 정유사들이 소유한 직영주유소 일부 공간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도심 내 수소충전소를 새로 만들 적당한 부지는 많지 않고, 충전소 설립 비용도 어마어마하다"면서 "결국 자금력 있고, 교통의 요지에 주유소를 보유한 정유사가 직영주유소 중심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소충전소 1기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30억원으로 알려졌다.
최근 정유사는 직영 주유소를 '주유'의 기능을 넘어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주유소 공급 과잉으로 영업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고, 내연기관 자동차 감소와 수소차‧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 등장 같은 변화에 활로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SK네트웍스는 현대차와 함께 직영주유소를 전기차 전용 충전 공간으로 개조한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 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현대차와 직영주유소 중 3개 부지를 선정해 일부 공간에 전기차충전기를 설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GS 칼텍스 역시 주유소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SK와 손잡은 택배서비스 '홈픽'이다. 홈픽은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택배 이용 고객이 C2C(고객 대 고객)로 거래하는 시스템이다. 이외에도 GS칼텍스는 지난달 롯데렌탈 자회사 차량공유 전문업체 '그린카' 지분 10% 사들이며 주유소 인프라와 그린카 차량 공유 노하우를 접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주유소의 변화를 모색하는 트랜드와 별개로 향후 수소 충전소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여부는 미지수다.
내연기관차 주유를 주목적으로 하는 주유소가 수소충전소를 하게 될 경우 '제 살 갉아먹기 식' 영업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작년 기준 보급된 수소차는 2만대 수준에 불과해 향후 수익성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단 정유소는 수소를 생산하지 않아 수소 공급선을 찾아야 하고, 수소충전소를 철치하기 위해선 땅을 파서 탱크를 묻고 관리해야 하는데 도심 내 주유소에 탱크가 들어갈 부지가 있을진 미지수"라며 "부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 보조 맞추겠다고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업에 선뜻 뛰어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가 늘어나면 내연기관차가 줄어들어 주유소의 정유 사업에도 타격을 가할 것"이라며 "사업 구조상 수소충전소 사업에 뛰어들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