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농산물 시장 개방 압박 카드로 사용할 공산 높아”
[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농산물 시장 개방 압박을 가하기 위해 자동차 관세 카드를 꺼내드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트럼프 측근인 찰스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이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래슬리 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히고, “유럽은 자동차 관세를 매우 두려워하고 있으므로 농산물 시장에 대한 협상에서 매우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대통령이 그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나는 관세를 좋아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는 한 관세는 현실이며 실제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2월 17일 미국 상무부는 수입 자동차가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기반으로 EU와 일본에 자동차 관세를 부과할지 결정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간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EU 간 무역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미국 협상단은 EU에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정상회담에서는 규제 개혁과 비자동차 공산품 관련 무역장벽 완화라는 구상에 대해서만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은 농산물 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EU 측은 미국이 자동차 관세에서 EU를 면제하지 않으면 협상이 결렬되고 보복조치가 뒤따를 것이라 경고했다.
하지만 그래슬리 위원장은 EU와의 협상안이 농업 로비단체의 입김이 거센 상원을 통과하려면 농산물 시장에 대한 EU 측의 양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EU가 농산물 시장을 논의하지 않겠다면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상안이 미 상원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EU 쪽에서도 농업계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농산물 시장을 개방했다가는 자칫 정치적 독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 소비자들은 미국의 유전자 조작 곡물과 클로린 소고기 등 허술한 육류 위생기준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주 워싱턴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농산물 시장은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EU 입장을 명시한다”고 못 박았다.
한편 미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과 자동차 관세 압박에 직면한 EU 내에서는 균열의 신호가 나오고 있다.
제조업 및 자동차산업 강국인 독일은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더 심각한 사안이므로 농산물 시장 부분에서 양보해 협상을 타결하자는 입장인 반면 농업 강국인 프랑스는 농산물 시장 개방은 절대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찰스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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