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주인에게 버림받으며 하루아침에 운명이 바뀐 뭉치(도경수·엑소 디오). 그는 홀로 남겨진 숲속에서 짱아(박철민) 무리를 만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차츰 길거리 생활에 적응하던 무렵, 뭉치는 산속에서 사냥 중인 밤이(박소담) 무리를 만난다. 때마침 소중한 아지트까지 잃게된 뭉치와 짱아 무리는 밤이 무리와 함께 진정한 자유를 찾아 떠난다.
영화 '언더독' 스틸 [사진=NEW] |
영화 ‘언더독’은 한국 상업 장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쓴 ‘마당을 나온 암탉’(2011, 누적관객수 220만명)의 오성윤·이춘백 감독의 신작이다. 유명 동화를 바탕으로 만든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작품이다. 이야기는 오 감독이 직접 썼다. SBS ‘TV 동물농장’에서 본 버려진 시츄와 동물들의 사연이 모티브가 됐다.
화자는 뭉치다. 이야기는 뭉치를 중심으로 한 유기견들의 시선을 따라 전개된다. 하지만 개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마냥 아름답기만한 만화는 아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네 이야기다. 영화 속 유기견들은 제목이기도 한 ‘언더독’, 즉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 그들의 모험을 통해 우리 삶을 들여다보고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꼬집는다.
시작부터 타깃을 ‘어른’으로 잡은 만큼 주제도 묵직하다. 반려견을 함부로 키우고 버리는 인간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주체적인 삶을 살자는 메시지에 방점이 찍혀있다. 감독은 직, 간접적으로 “사는 대로 생각하지 말고 생각하는 대로 살자”고 여러 차례 강조한다.
한국적 색채로 담아낸 아름다운 풍광은 ‘언더독’만의 미덕이다. 영화는 선과 빛, 그림자가 분명한 서양화 대신 윤곽을 강조하고 완만한 곡선을 품은 동양화의 특성을 살려 2D로 담아냈다. 이를 두고 이 감독은 “서양화와 달리 동양화는 외곽선이 풀어져 혼연일체 된 느낌이다. 또 뚜렷한 명암 대신 은근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있어 그림의 맛을 내기 좋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캐릭터들은 3D로 구현, 그들의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을 강조했다.
더빙 작업 방식에도 차별화를 줘 퀄리티를 높였다. ‘언더독’은 완성된 비디오보드에 맞춰 더빙하는 기존 한국 애니메이션과 달리 할리우드에서 주로 하는 선 녹음-후 작화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녹음하는 배우들의 얼굴을 촬영, 그들의 감정선을 더욱 디테일하게 살렸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가 받쳐줘서 가능한 일이다. 도경수, 박소담, 박철민, 이준혁(사냥꾼 역) 등은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캐릭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오는 13일 개봉. 전체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