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채권시장에서 ‘정크’가 실종됐다. 지난해 12월 이후 발행 실적이 전무한 것.
널뛰기를 연출하는 금융시장의 극심한 변동성과 꼬리를 무는 경기 침체 경고, 여기에 국제 유가 급락이 맞물리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마비됐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 [사진=블룸버그] |
수익률 프리미엄이 2년래 최고치로 치솟자 투기등급 기업들 역시 회사채 발행에 나서지 않는 움직임이다.
10일(현지시각) 회계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이 전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월간 기준으로 정크본드 발행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2008년 이후 처음이었다.
정크본드 시장의 개점 휴업 상태는 41일째 지속됐고, 이는 지난 1995년 데이터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장기 기록에 해당한다.
관련 펀드에서도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펀드 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해 정크본드 시장에서 총 101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이탈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정크본드 시장은 주식시장과 동반 급락했고, 이 때문에 1~3분기 사이 쏠쏠한 수익률을 냈던 투자자들이 연말 손실을 떠안았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금리인상을 감속할 뜻을 밝혔고, 그 밖에 정책자들 사이에 추가 긴축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지만 국내외 경기 하강 기류가 여전한 데다 금융시장 변동성 역시 진정되지 않고 있어 당분간 정크본드 시장의 한파는 지속될 전망이다.
2년래 최고치로 뛴 수익률 스프레드가 가라앉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발행 수요 역시 회복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초 정크본드 수익률 스프레드는 5.37%까지 뛰었다. 이는 2016년 8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회사채 시장의 마비가 경제 펀더멘털에 흠집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금줄이 동결된 데 따라 기업의 고정 자산 및 인프라 투자와 영업점 확대, 신규 고용 등 경영 활동이 저해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의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던 트러스트의 짐 맥도날드 최고투자전략가는 WSJ과 인터뷰에서 “정크본드 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주식을 포함한 그 밖에 위험자산 전반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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