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지망생 상대로 성폭행·사기…“지배·종속 관계 인정”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무등록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며 전속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이모 씨에 대해 대법원이 “업무상 감독 지위에 있다”며 피감독자간음죄 성립을 인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27일 무등록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면서 연예인 지망생들을 추행 및 간음하고, 성형수술비 등 관리비 명목으로 금품을 편취한 이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스핌DB] |
재판부는 “형법에서 규정한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이란 ‘사실상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성적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보호하려는 법의 정신에 비추어 타당하다”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어 “피해자들을 간음할 시점에 전속계약이 체결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이미 피해자들은 드라마 제작 등 연예활동과 관련해 피고인으로부터 사실상의 감독을 받는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판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무등록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면서 인터넷 사이트에 드라마 조연 출연자를 구한다는 글을 게시하고, 연예인 지망생들의 오디션 면접을 진행했다.
이후 이 씨는 이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이들에게 연예인으로 키워주겠다며 허벅지 등을 만져 성추행을 하고 성폭행을 저질렀다. 또 이 씨는 드라마 출연 교섭 및 성형수술 비용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 적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을 송금 받았다.
1심은 “연예인 지망생들이 배우 캐스팅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장래 연예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연예기획사 대표의 뜻을 거스르기란 대단히 어렵다”며 “달리 피해자들이 당일 만난 피고인과 성관계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성폭행 혐의를 유죄 판단했다.
또 “피해자들로부터 연예활동을 위한 관리비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받았음에도 피해자들이 직접 운동비 및 성형수술비 등을 지급한 점을 고려하면 기망을 통해 금원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이 씨에게 징역 5년 및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 씨는 “연예인 지망생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피해자들을 업무상 감독하는 지위에 있지 않아 피간독자간음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지급받은 금액의 일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관리비로 사용하였으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2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피고인과 연예인지망생인 자신들의 관계를 갑과 을의 관계와 같은 상하관계 또는 지배종속 관계로 느끼고 있었다”며 “피고인의 감독을 받는 피해자들에게 대표의 위세를 이용해 간음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해자들로서는 자신들이 지급한 돈이 사무실 임대료나 운영비 등 피고인의 사적인 용도를 위하여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금액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피고인이 지급받은 금액 전부에 대하여 사기죄가 성립한다”며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hak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