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이라도 증여의사 밝혔으면 소유권이전등기 의무 발생”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서면으로라도 부동산 증여 의사를 밝혔으면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증여 의사를 밝힌 이후에는 소유권이전등기를 이행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결,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스핌DB] |
A씨는 지난 2003년 자신이 소유한 경기도 양평군 일대 임야 8264㎡를 각각 목장용지와 임야로 분할한 뒤 목장용지 3017㎡의 절반을 사실혼 관게에 있던 B씨에게 증여하고 그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했다.
A씨는 해당 증여계약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임무가 발생했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임무를 이행하지 않고 해당 토지를 대상으로 지역농업협동조합으로부터 채권 최고액 5200만원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4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에 B씨는 A씨가 피담보채무액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000만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자신에게 같은 규모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A씨는 자신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조건으로 증여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조건이 이행되지 않아 증여계약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한 사무를 처리할 지위에 있지 않다는 대법 판례를 따른 것이다. 등기협력의무는 존재하지만 단순히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할 뿐, 의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부동산 소유권 이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소유권 이전 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 등기를 하는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이나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또 “원심은 피고인이 서면으로 증여 의사를 표시했는지에 관해 심리한 다음 그 사실이 인정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원심은 서면으로 증여 의사를 표시한 증여자의 소유권이전등기 의무는 증여자 사무일 뿐이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무죄로 판단하는 등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