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무상비밀누설죄 국민 피해 있을 경우 유죄
비밀 누설 시 2년 이하 징역...보호 가치 있어야 유죄
수사 기록 열람·등사하게 한 피고인에 대해 무죄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 최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헌정 사상 첫 검찰의 소환 조사를 앞둔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의혹 중 새롭게 부상한 공무상비밀누설죄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공무상비밀누설죄 주요 판례는 반드시 비밀로 규정한 사항은 물론, 외부로 알려져 국민 피해가 있을 경우에도 적용되는가 하면, 직무상 비밀이라는 증거가 없을 경우 무죄 선고가 나오기도 했다.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은 2009년(2009도2669 판결) 피고인이 유출한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문건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 외에도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검 /김학선 기자 yooksa@ |
다만, “실질적으로 비밀로선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해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 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 내용이 공개될 경우 협상 상대방인 미국으로서는 우리나라의 우선 관심사항과 구체적인 협상전략을 미리 파악해 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에 임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로서는 당초 준비한 협상전략이 모두 노출됨으로 인해 불리한 지위에서 협상에 임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관련 문건이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이라는 게 대법 판단. 때문에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과 법무법인 김앤장 측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관련해 독대한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 2015~2016년 김앤장 측 한 모 변호사와 강제징용 소송에 대한 의견서를 외교부가 제출하면,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법원은 2003년(2001도1343 판결) 수사 기록을 열람·등사하게 한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수사기록 내용이 모두 피의사실, 피의자 및 피해자의 각 인적사항, 피해자의 상해 정도 또는 피해자의 신병처리, 지휘내용 등에 관한 내용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 내용이 공개되는 경우 수사의 보안 또는 기밀을 침해해 수사의 목적을 방해할 우려가 있거나 개인의 사생활 등 이해관계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다”며 “수사 서류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의 비밀을 내용으로 하는 문서들이란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대법원 주변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측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의 충돌이 벌어질 전망이다. 전일 법원노조가 법원 내부 통신망에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기자회견 시도에 대해 비판하며 원천봉쇄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게시했기 때문이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