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상습 성폭행 조재범 고소
대법, “지위·권세 이용...위력 행위 자체가 추행” 판결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폭행에 이어 4년간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며 조 전 코치를 고소하면서,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처럼 업무상 위력 추행 혐의를 받을지 주목된다.
9일 심석희 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에 따르면 심 씨는 조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심 씨는 세종 측에 자신이 미성년자인 만 17세인 2014년경부터 지난해 2018 평창올림픽 무렵까지 4년간 조 전 코치로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서 벌어진 위력에 따른 범죄라는 게 심 씨 주장이다.
대법원은 1998년(97도2506판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대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며, 위력 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유치원 원장인 피고인이 교사 채용 과정에서 피해자를 자기 차량에 태우고 가다가 은밀한 장소에 이르러 강제로 키스를 하든가, 유치원 내 다른 사람이 없는 틈을 이용해 피해자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아 올리는 등 행위에 대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로 봤다.
그러면서 “이 경우에 있어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라며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위력 존재 자체가 행사될 수 있는 권한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수원=뉴스핌] 최상수 기자 = 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하여 폭행 피해 사실 진술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12.17 kilroy023@newspim.com |
다만, 추행 행위 해당 여부에 대해선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만 한다”고 판시했다.
또 2005년 대법원(2003도7107 판결)은 병원 응급실에서 당직 근무를 하던 의사가 가벼운 교통사고로 인해 비교적 경미한 상처를 입고 입원한 여성 환자들의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특정 부위를 진료 행위로 가장, 수회 누른 행위에 대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봤다.
상하 관계 등에 따라 피해자가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력을 인정한 반면, 남녀 관계가 지속됐다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단적으로,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안희정 전 지사의 경우 1심 재판부가 위력에 대해 인정하지 않아 무죄 선고돼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조 전 코치는 지난해 심 씨 폭행 등 혐의로 기소돼 수감 중이다. 이번 성폭행 폭로는 세종 측이 심 씨와 폭행 사건 재판 회의 과정에서 새롭게 불거진 만큼, 지난해 서지현 검사가 촉발한 ‘미투(MeToo, 나도 당했다는 의미)’ 운동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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