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쇼크와 알고리즘 매매로 엔화 급등세 연출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엔화 강세 진행 전망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외환시장에서 엔화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달러=104엔대를 기록했다. 엔화가 달러당 104엔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약 10개월 만의 일이다.
애플의 실적 하향조정을 발단으로 주가 하락이 진행되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에 매수세가 몰렸다. 연초 거래량이 적어 진폭이 컸던 것과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거래하는 알고리즘 매매도 엔화 급등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크레디애그리콜 은행의 사이토 유지(斎藤裕司)는 “연초를 맞아 거래량이 극단적으로 적었던 데다, 안전자산에 대한 조건 반사적인 알고리즘에 의한 매매 주문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엔화 급등세가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3개월간 엔/달러 환율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
엔화 강세 기조로의 전환 조짐은 지난해 12월 하순 경부터 나타났다.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지난해 후반부터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이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외환시장에서도 12월 상순 경까지는 달러화의 단독 강세가 진행됐다.
하지만 연말로 접어들면서 미 연방정부가 셧다운 사태에 들어가는 등 미 경제와 금융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 매도·엔화 매수로 돌아서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木内登英)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세계 경제가 후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서서히 반영하기 시작했다”며 “주가 하락이 계속되면서 추가적인 엔화 강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주요 기업들의 2018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예상 환율은 1달러=109엔 정도이다.
노린추킨(農林中金) 에셋매니지먼트는 “현재의 엔고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1월 말부터 기업들의 4분기 결산 발표가 시작되면, 실적 전망에 대한 실망감으로 닛케이주가가 1만9000엔을 하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