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법에 아동학대 관련 조항 없어 규제 어려워
영유아보육법과 학원법 사이 빈틈 파고들어
[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3개월 전 아동학대로 물의를 빚어 폐원을 앞둔 서울의 한 어린이집이 최근 업종을 학원으로 전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행법상 아동학대 행위로 어린이집 폐쇄 명령을 받은 자는 향후 5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게 돼 있다.
다만 어린이집이 아닌 학원으로 간판을 바꿔 단다면 계속해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다. 학원설립 허가 여부를 결정할 때 판단 근거가 되는 학원법에는 아동학대 관련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30일 담당구청 및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들에 따르면 서울의 A어린이집은 내년 2월 이후로 업종을 영어 학원으로 전환한다. 이 어린이집에서는 지난 9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보육교사 2명이 낮잠을 자지 않는 아이들의 얼굴을 이불로 덮고 소리를 지르는 등 학대 행위를 일삼은 것이다.
당시 경찰은 아동학대를 저지른 보육교사 2명과 관리 책임이 있는 어린이집 원장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경찰은 보육교사 2명을 기소 의견으로, 어린이집 원장은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구청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판정을 근거로 해당 어린이집에 폐쇄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제16조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로 어린이집 폐쇄 명령을 받은 자는 적어도 5년간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다. 비록 원장은 학대 행위에 동참하지 않았거나 혐의가 가벼워 처벌을 받지 않았더라도 보육교사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으로 이 같은 조처에 따라야만 한다.
다만 어린이집에서 학원으로 업종을 전환한다면 아이들 교육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학원은 영유아보육법이 아닌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또 학원은 구청이 아닌 교육청이 담당한다.
학원법 제9조에 명시된 학원 설립 관련 결격사유 중에는 법정에서 금고형 이상의 처벌을 받거나, 자격이 정지된 자는 법적으로 학원을 설립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 폐쇄 명령 관련 조항은 없다. 이 때문에 비록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어린이집 설립 부적격자라도 학원 설립은 가능한 것이다.
학원 설립을 담당하는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원 허가를 내줄 때 신상정보를 철저히 보기 때문에 범법자 등은 학원을 설립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범법자가 아니고 단순히 아동학대 사건으로 폐쇄 명령만 받은 상태라면 교육청에선 학원 설립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sunj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