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주택 공급과잉 우려" vs "잘 계획된 대도시 형성"
"토지보상가·교통대책 우려" vs "그린벨트 보상가 기대"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경기 남양주는 그동안 난개발이 된 탓에 도시 형성이 제대로 안 돼 있었어요. 이번 신도시 발표를 계기로 제대로 된 대도시가 갖춰질 거라고 봐요."(경기 남양주시 A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
"정부가 지하철 3호선을 연장해준다고 했는데 과연 얼마나 빨리 개통할 수 있을지가 문제예요. 교통여건은 달라진 것 없는데 집만 늘어난다면 도로정체가 더 심각해지겠죠."(경기 하남시 B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
정부가 '3기 신도시'로 지정한 경기 남양주 왕숙지구와 하남 교산지구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그간 난개발 문제를 겪던 도시가 제대로 계획된 모습을 갖출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한편 정부가 약속한 교통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지구 부동산 현지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건 긍정적이지만 주택 공급과잉을 비롯해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남양주 왕숙지구에서는 공급과잉 문제가 우려된다는 의견이다. 남양주에는 왕숙지구 말고도 공공택지로만 별내신도시, 다산신도시, 진접2지구 공공주택지구, 양정역세권 주택가가 있다. 여기다 이번 남양주 왕숙지구에 공급되는 6만6000가구를 합치면 주택공급량이 10만가구를 족히 넘어선다는 분석이다.
남양주시 A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왕숙지구에 6만6000가구 공급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며 "3기 신도시로 발표된 후 왕숙지구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공급과잉 우려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약속한 교통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앞서 하남 미사신도시는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이 지난 2014년 생길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빨라야 오는 2020년 말 개통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전 계획보다 최소 6년 늦어진 것.
정부는 이번 3기 신도시를 발표하면서 교산지구에 지하철 3호선 연장선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계획이 언제쯤 현실화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의견이다.
하남시 B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하철이 들어서는 데 통상적으로 10년 걸린다"며 "정부가 약속한 교통대책이 연기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과연 (교산지구 신도시) 입주 시기에 교통편이 얼마나 완성될 것인지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미사신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고 자가용 이용자도 많아서 길이 막히는 상황"이라며 "교통대책이나 도로 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산지구 입주민만 많아진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남 교산지구가 미사신도시에 비해 경쟁력이 뒤처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남 교산에 공급될 아파트는 3만2000가구로 미사신도시(약 12만가구)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정부의 토지 수용·보상 조건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남양주시는 보상금액이 산출될 시점이 오는 2021~2022년 말이라고 전망했다. 하남시는 보상에 착수할 시점이 오는 2020년 4월이다. 정부 보상금액보다 높은 가격에 토지를 산 사람은 손해를 보게 된다.
남양주시 B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남양주 땅을 팔려고 내놨다가 몇년간 못 팔았던 사람들은 정부의 수용 소식을 반길 것"이라며 "반면 최근에 이 지역 땅이 필요해서 비싸게 산 사람들은 최근 시세만큼 보상을 못 받을테니 불만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토지 감정평가를 한 다음에 보상가를 산출하기 때문에 지금은 보상금액이 얼만지 알 수 없다"며 "도시개발팀이 사업을 진행한 후 보상가가 산출되는 시점이 오는 2021~2022년 말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 분양가격이 얼마일지도 관심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분양가가 주변지역 매매가격의 80% 전후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남시는 아파트 가격이 전용면적 84㎡ 기준 7억~8억원이다. 남양주 별내신도시와 다산신도시는 84㎡ 기준 각각 5억5000만원, 7억5000만원이다.
반면 이번 신도시 조성에 대한 긍정적 의견도 있었다. 우선 남양주시가 지금의 난개발 상태를 벗어나 제대로 된 도시 구조가 갖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남양주시 A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남양주시는 지금까지 여기저기 분산돼 있어 도시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며 "이번 신도시 조성으로 중심상가권이 생기고 제대로 된 대도시가 갖춰진다면 도시 기능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소유주들은 정부의 토지 수용·보상 조건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그린벨트에 불법으로 온실, 창고를 지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수억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다.
그린벨트 소유주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그린벨트 훼손지 정비사업(창고 양성화)을 허가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 지역이 토지수용 절차를 밟는다면 이들은 정부가 시세에 맞는 금액에 보상가를 책정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양주시 B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이전 사례를 보면 정부는 토지수용을 할 때 보상금을 실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급했다"며 "그린벨트 소유주들은 정부가 토지 보상가를 시세에 맞게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