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IS, 트럼프 트윗 직전 시리아 락까 공격 배후 자처"
"시리아민주군, 美로부터 버림받는 꼴"‥佛 '반발'
코커 "이런 결정 본적이 없다"…볼턴 '격노'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 2000명의 시리아 주둔 미군을 빠른 시일 안에 전면 철수시키라고 명령한 것으로 알려지자 그의 참모들과 우방국이 충격을 받았다고 영국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화요일인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을 통보받았다. 19일 아침 철수 결정 뉴스가 보도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우리는 시리아에서 ISIS를 패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직 임기 동안 (미군을) 그 곳에 두었던 나의 유일한 이유"라고 밝혔다.
시리아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미군과 시리아민주군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서 미군 철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는 시리아 주둔 목적은 이미 달성했다며 철군 명령 보도를 기정 사실화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후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군의 철수를 시작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가디언은 미 국방부와 국무부 관리들이 지난 여름 정부 정책 결정에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난 이 상황을 해석하느라 안간힘을 썼다고 전했다. 지난 여름 트럼프 행정부는 ISIS의 패배를 확실히하고,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하기 위해 시리아에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기로 한 바 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행정부 평가와 상반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미 국방부는 최대 1만4500명의 ISIS 무장대원이 시리아에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관리적이고, 점진적인 철수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연구소의 찰스 리스터 중동 전문가는 ISIS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몇 분전, 자신들의 이전 거점지 락까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언급, "그 정보가 아마도 트럼프가 아침에 승리를 선언했을 당시, 그의 책상 위에 올라갔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철군 결정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결국 만나지 못했다. 회동이 막판에 아무런 설명없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
그는 기자들에게 "12년동안 상원의원을 지내면서 이런 결정은 본 적이 없다"며 "어떤 대통령도 대화도, 준비도 없이 아침에 일어나 이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커 위원장은 시리아 미군이 전적으로 철수되고 있는지 기자들이 묻자 "그렇다, 전적으로"라고 답했다.
미군의 갑작스러운 철수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를 주축으로 한 '시리아민주군(SDF)'이 버림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SDF는 미국의 동맹이다. 이들은 시리아에서 ISIS를 몰아내는 전투에 대부분 참여했다.
동시에 SDF는 국경 지대에서 터키의 위협을 받고 있다. 터키는 SDF를 자국 내 쿠르드노동당(PPK) 소속 무장대원들과 동일한 세력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수 결정을 터키와 사전에 상의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미국 측으로부터 시리아 동북부의 긴장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미 국무부는 터키에 대한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 판매를 승인했다고 발표했고,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의 재미 성직자 펫훌라흐 귈렌 송환 요구를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귈렌은 2016년 실패로 돌아간 터키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주둔 비용 등을 언급하며 시리아 미군 철수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동맹국과 그의 참모들은 그 때마다 ISIS를 몰아내고, 이란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군이 남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프랑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시리아 북동부에 작은 규모의 특수 부대를 두고 있다.
토비아스 엘우드 영국 국방차관은 시리아에서 ISIS가 패배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그것은 다른 형태의 극단주의로 변했고, 위협은 굉장히 여전하다"고 말했다.
존 볼턴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다만 볼턴 보좌관은 ISIS보다 이란을 우려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가디언에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격노"했다고 말했다.
공화당 중진이자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 철군 결정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와 같은 실수"라면서 시리아 주둔 미군은 "국가 안보 이익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