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둘러싼 난맥상이 지속되자 영국 정부가 EU와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긴급대책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영국 기업들은 ‘100일 안에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절규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브렉시트 마감 시한이 내년 3월 29일로 목전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표류하자 영국 내각은 18일(현지시간) 회의에서 노딜 브렉시트 비상대책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후 군을 대비시키고 식료품 공급 수송선을 준비하는 등 행동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14만개의 영국 기업에 서한을 보내 노딜 브렉시트 긴급대책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대변인은 “이제 브렉시트까지 3개월여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긴급대책에 돌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100일 안에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노딜 브렉시트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정부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수십만 개 영국 기업을 대표하는 영국상공회의소·영국산업연맹·제조업협회(EEF)·중소기업협회·관리자협회 등 5개 경제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정치인들이 실질적인 방법을 모색하기보다 당파 싸움에 빠져 있는 동안 기업들은 공포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한 정부가 이제야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하고 있지만, 100일 안에 심각한 혼란과 분열을 막을 방법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기업들이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이제 노딜 브렉시트 긴급대책에 써야 한다며, “아직 대책 준비를 시작도 못 한 기업이 수십만 개”라고 경고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난맥상을 보이는 가운데, 런던 국회의사당 밖에서 시위대가 2차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일부 기업들은 B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EU로 이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포츠의류 수출업체인 프리스타일익스트림은 독일에 창고를 신설했다며, “우리는 3월이 아니라 내일 당장 합의가 이뤄질 지 알아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영국을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EU는 노딜 브렉시트 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미니 협상에 나설 의향이 없다고 못 박으며, 영국 의회에 브렉시트 합의안 가결을 압박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EU 관료는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마감 시한까지 합의안을 가결하지 않으면 ‘체계적 노딜 브렉시트’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신 EU는 EU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일방적인 조치에 나설 것이며, 영국이 호혜적 행동을 보여주는 경우에만 최소한의 긴급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는 항공 운항, 금융 서비스, 세관, 도로 운행 허가, 기후 정책, 시민권, 가축 및 동물 수출입, 개인정보 등 8개 부문에서 노딜 브렉시트 시 긴급대책안을 준비 중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