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국제 유가가 바닥 없는 하락을 연출하고 있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에도 제동이 걸리지 않은 유가 급락이 자산시장에 충격을 가하는 가운데 월가는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감산 이행에 대한 불확실성과 원유 수요 둔화 조짐, 여기에 자산시장 전반의 리스크 회피 심리까지 갖가지 악재가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원유 채굴장비[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올해와 내년 국제 유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월가의 투자자들 역시 잿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18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월 인도분은 장 후반 5% 이상 급락하며 배럴당 47.39달러에 거래됐고, 브렌트유 역시 4% 떨어지며 배럴당 57.36달러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고, 10월 초 이후 낙폭은 40%에 육박한 상황이다.
멈출 줄 모르는 국제 유가 하락에는 그만한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월가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내년 경기 하강에 대항 우려와 이에 따른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다. 유가 하락이 소형주를 중심으로 한 주가 급락과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주요국의 경제 지표 둔화는 내년 원유 수요 전망을 흐리게 하고, 이는 트레이더들의 원유 ‘팔자’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아메리카에 따르면 월가 펀드매니저들 가운데 53%가 향후 12개월 사이 글로벌 경기 하강을 점쳤다. 이는 미국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여기에 사우디 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OPEC과 러시아의 감산 합의 이행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유가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 산유국들은 1월부터 하루 120만배럴의 감산에 합의했지만 온전한 이행 여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이를 통해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앙경제공작회의 발언에 대한 실망감도 이날 유가 폭락에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다.
월가의 전망은 흐리다. FGE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수급 불균형이 유가를 더 끌어내릴 것”이라며 내년 브렌트유가 배럴당 55달러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라스타드 에너지는 내년 미국의 원유 공급이 하루 200만배럴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특히 하반기 산유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시에떼 제네랄의 마이크 위트너 리서치 헤드는 CNN과 인터뷰에서 “거시경제 하강 기류와 원유 수요를 둘러싼 우려가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며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기거래자들의 숏베팅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PVM 오일은 투자 보고서에서 “앞으로 유가가 하락 일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고, UBS 역시 비관적인 목소리를 냈다.
앞서 EIA는 내년 WTI 가격 전망치를 전월에 비해 16.4% 하향 조정한 배럴당 54.19달러를 제시했고, 브렌트유 전망치 역시 15.2% 내린 배럴당 61달러로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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