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총선' 앞두고 규제에 조심스러운 모디 정부
'히말라야 산맥'부터 '화전', '대기오염물질'까지 원인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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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인도가 대기오염의 대명사로도 불리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각종 대기오염 문제로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특히 중국의 대기오염은 고속 성장과 함께 2006년부터 2007년 사이에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98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과 인도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인도의 대기질이 중국을 제치고, 더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6년 자료에 따르면 비록 두 국가에서 안전 기준을 넘어선 공기를 들이마시는 인구수는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오염 상태가 심각한 지역에서 거주하는 인구수는 인도가 중국을 뛰어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FT에 따르면 인도에서 약 1억4000명의 국민이 심각한 대기오염에 노출돼 있다.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게재된 한 연구는 인도에서 2017년 한 해 동안 대기오염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무려 124만 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사망한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70세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전 세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도시 가운데 10곳이 모두 인도 북부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도에서 대기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도의 대기오염 원인에 대해 지난 11일(현지시간) 비중 있게 보도했다.
◆ '2019년 총선' 앞두고 규제에 조심스러운 모디 정부
인도 뉴델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아르빈드 쿠마르 흉부외과 전문의는 FT에 인도 정부가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이들에 대한 강력한 조치 단행을 꺼리고 있으며, 대기오염의 심각성 또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오염을 막기 위한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면 자동차 제조 업체부터 각종 중소기업, 발전소, 건설업체 그리고 농부들까지 단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년 5월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정부로서는 이들의 기득권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설명이다. 또 오염 물질 배출 단속을 실시했다가 경제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로서는 함부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쿠마르 전문의는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부인하는 것이다"라며 "시정 조치는 필요하지만 기업들이 조치를 불쾌하게 받아드릴 수 있으며, 내년 총선에서 표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도 환경단체 과학환경센터(CSE)의 수니타 나라인 대표 지난 겨울 재앙 수준의 대기오염을 겪으면서 관리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지난 겨울 인도에서는 기록적인 대기오염으로 학교들이 강제로 며칠간 문을 닫는 일까지 발생했다.
나라인 대표는 "그 사건이 터닝포인트였다"면서 "대기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또 정부도 대기오염 문제가 긴급한 사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행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8일(현지시각) 스모그로 잔뜩 흐려진 인도 뉴델리 중심지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히말라야 산맥'부터 '화전', '대기오염물질'까지 다양해
지리적 요인도 인도 대기오염의 주범 중 하나다. 인도 북부 지역과 티베트 고원 사이에는 히말라야 산맥이 놓여있다. 북부 지역은 히말라야 산맥에 가로막혀 있는 탓에 대기가 원활하게 순환되지 않는다. 즉 히말라야 산맥이 깨끗한 공기 유입과 순환을 막는 일종의 자연적인 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차량과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과 화력발전소, 건설 작업으로 인한 먼지 등 대기오염을 심화시키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그리고 이 같은 주범들과 함께 매년 가을과 겨울 사이 인도 북부 지역의 농민들로 사태는 악화된다.
10월부터 11월 사이 인도 북부에 위치한 펀자브주(州)와 하리아나의 농민 수백만 명은 추수가 끝나면 벼 그루터기를 태우는 작업에 들어간다. 화전을 일굴 수 있는 동시에 더 이상 쓸모없는 짚을 처리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전을 위한 방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와 연기는 사람과 대기에 치명적이다.
모디 정부는 급속하게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태양열 에너지 등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리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인도 총 전력 생산량의 60%는 여전히 246개의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된다. 이들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상당한 양의 오염물질을 발생시킨다.
쿠마르 전문의는 FT에 30년전 흉부외과의로서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폐암 환자의 80~90%는 흡연가였으며, 대부분 남성이고, 50대와 60대가 주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6년 사이 그를 찾는 폐암 환자의 60%가 비흡연자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환자의 40%는 여성이라고 전했다. 환자들의 나잇대도 점점 어려져 이제는 30대와 40대 폐암 환자가 8%나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변화에 대기오염이라는 명백한 원인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재 10대들의 폐에도 폐 질환을 유발하는 물질이 축적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들이 20년 뒤에는 어떻게 될까? 이것은 위급한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