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대비하고 커버드본드 발행 신용도 유지
경쟁사 대비 부족한 외화자산 운용수익도 확대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KB국민은행이 커버드본드 만기 2년물을 시작으로 단기물 발행을 강화한다. 5년 이상의 중장기물뿐 아니라 단기물로 보폭을 넓혀 커버드본드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보다 적은 외화자산 운용을 늘려 원화대출로 인한 이자수익 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
[CI=KB국민은행] |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채권, 항공대출채권 등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선 자금 상환뿐 아니라 담보권까지 요구할 수 있어 안정적이다. 그 만큼 일반 채권에 비해 조달금리가 낮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5일 1억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사모 방식으로 발행했으며 만기는 2년이다. 금리는 연 3.55%로 선순위무담보채권보다 15~20bp(1bp=0.01%p) 가량 낮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5년 5억달러 규모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2014년 일명 '커버드본드법'이 만들어진 후 첫 발행 사례였다. 다음해인 2016년에도 5억달러 규모로 추가 발행에 나섰다. 국내은행 중 커버드본드를 발행해온 곳은 KB국민은행이 유일하다.
2017년에는 5억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 발행을 추진했으나 글로벌 금융 시장 환경을 고려해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커버드본드보다 시장 상황이 좋았던 포모사본드를 3억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올해 커버드본드 시장을 다시 두드리면서 처음으로 사모 발행에 나섰다. 앞서 발행한 커버드본드가 5년 만기였던 것과 달리 이번엔 2년 만기다. 커버드본드는 저금리로 장기 자금을 끌어오는 수단인 만큼 통상 만기 5년 이상으로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채나 산업금융채보다 금리가 높고 만기도 짧지만 발행에 나선 것은 시장에서 꾸준히 신용도를 쌓기 위해서다.
KB국민은행 자금시장부 관계자는 "만기 구조에 맞춰 상환 자금이 있어 발행을 한 것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커버드본드 시장에서 참여자 위치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향후 금리가 오르거나 위기 상황에 수월히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꾸준히 발행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커버드본드 시장이 활성화된 유럽과 달리 국내 금융사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으려면 꾸준히 발행 이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
이 관계자는 "국내 주담대 채권은 아주 우량한데 정보가 불균형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를 잘 모른다"며 "또 커버드본드 투자자들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시장에서 경험적으로 이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버드본드 등으로 자금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려는 것은 외화자산으로 운용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다. KB국민은행의 외화자산은 250억달러 규모로 해외 지점이 많은 KEB하나은행이나 우리은행에 비해 적다. 외화증권 매입 등으로 자산을 운영하면 원화대출에 대한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앞으로도 커버드본드 발행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2015년 80억달러의 커버드본드 프로그램을 상장해 현재 69억달러의 한도가 남아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모보다 사모발행이 속도가 빠르고 용이하기 때문에 일단 시장에서 트랙 레코드를 쌓고 연속으로 끊어서 발행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금리가 오르기 상황에서 고정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시장 상황에 맞게 금리수준이나 만기 등을 다양하게 가져가면서 꾸준히 커버드본드 시장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