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현금이 말 그대로 ‘킹(king)’으로 부상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 1위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랭크된 것.
주식과 채권, 원자재까지 전통 자산이 일제히 동반 하락한 사이 현금이 든든한 대체 자산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뉴욕증시의 10년 강세장이 종료를 맞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만큼 월가의 펀드 매니저들은 현금 자산을 앞으로 더욱 늘리겠다는 움직임이다.
4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3개월 및 6개월 만기 국채가 올들어 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그 밖에 전통 자산과 대조적인 결과다. MSCI 글로벌 주가 지수는 연초 이후 3% 하락했고, 뉴욕증시의 S&P500 지수 역시 지난달 올들어 상승분을 모두 토해내고 연간 기준 내림세로 돌아섰다.
바클레이즈가 집계하는 글로벌 국채 및 회사채 수익률 역시 올해 3.2% 손실을 기록했다. 10월 이후 20% 이상 폭락한 국제 유가를 포함해 원자재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전통 자산으로 투자자들이 쓴 맛을 본 셈이다.
월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내 현금 비중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펀드 매니저들의 현금 비중은 11월 기준 4.7%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 9월과 10월 5.1%에서 완만하게 떨어진 수치로, 향후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BofA의 진단이다.
현금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하니 레다 멀티애셋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약 10년만에 처음으로 현금의 매력이 돋보인다”며 “현금성 자산의 비중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지치지 않는 최고치 랠리를 거듭하며 장기 강세장을 연출한 데는 이른바 TINA(There Is No Alternative) 논리가 크게 작용했다. 주식을 버리고 매입할 만한 자산이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는 데 월가는 입을 모으고 있다. SYZ 애셋 매니지먼트의 프브리지오 퀴리게티 멀티애셋 헤드는 WSJ과 인터뷰에서 “이제 TIRA(There Is a Real Altarnative)가 시장 원리로 등장했다”며 “전통적인 전략을 취하는 포트폴리오의 현금성 자산 비중을 2개월 사이 사실상 0%에서 10%까지 늘렸다”고 말했다.
미국 장단기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인해 현금성 자산의 기대 수익률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 글로벌 경기 둔화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투자 자금이 위험자산에서 현금으로 대이동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설명이다.
최근까지 추세가 올해 말까지 지속, 연간 기준으로 현금성 자산이 주식과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경우 이는 1992년 이후 첫 역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위험자산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때 일반적으로 대체 자산이 됐던 금 역시 연초 이후 5% 가량 하락, 현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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