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후 자동차 관세와 농산품 수입 등 빅뉴스를 터뜨리고 있지만, 합의내용을 뒷받침해줄 성명이나 중국 측의 확인이 없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중국이 미국산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축소하고 없애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지금까지 백악관은 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자동차 관세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언론의 질문 압박이 계속되자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확신에 찬 발표를 뒷받침하기에는 애매한 내용이었다.
커들로 위원장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현 시점에서는 ‘약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약속은 무역협정은 아니지만, (중국이) 검토 후 실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또한 90일의 휴전 기간이 1월 1일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가, 후에 백악관이 이를 12월 1일로 정정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내년 1월 1일부터 10%에서 25%로 인상할 계획을 유보하기로 합의했지만, 90일 간의 휴전이 정상회담이 개최된 지난 12월 1일부터인지 관세가 유보되는 1월 1일부터인지조차 양국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커들로 위원장은 또한 중국이 결국 자동차 관세를 모두 철회하겠지만 확실히 합의한 것은 아니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확신에 찬 발표를 뒤엎는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므누신 장관은 “양 정상이 합의한 내용을 향후 90일 내 실제 합의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시 주석의 말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믿는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만 말하고 중국이 정확히 무슨 약속을 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또한 “중국이 1조2000억달러가 넘는 추가 약속을 제시했다”고 말했으나, 역시 세부내용은 설명하지 못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세부내용을 먼저 조율하지 않고 계약부터 체결하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열의로 인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정상회담 후 미·중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아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90일 간의 휴전이 선포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 호재로 받아들였으나, 이제 백악관이 말하는 대단한 승리가 무엇인지를 둘러싸고 혼란이 커지면서 금융시장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중국 측에서도 세부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으며, 중국이 발표한 정상회담 결과 성명에는 90일 휴전이나 미국산 농산물 수입 증대 등의 내용이 아예 없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미국 측 협상 대표로 지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반면 온건파에 해당하는 므누신 장관은 협상팀의 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며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로스 상무장관과 더불어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기싸움과 트럼프 경제팀이 여전히 분열돼 있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이 또한 불확실성을 보태고 있다.
보니 그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세부적 협상 없이 정상회담을 진행하면 이러한 혼란이 생긴다”며 “이번 무역협상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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