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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개정 도로교통법...경사로 ‘아슬아슬’ 주정차 여전

기사입력 : 2018년12월04일 06:00

최종수정 : 2018년12월04일 06:02

개정 도로교통법, 경사로 주차 시 고임목 설치 등 안전조치해야
서울 광진구 일대 경사로 보니...고임목 설치 차량 10대 중 1대
운전자 "의무인 줄 몰랐다", "대형차도 아닌데 굳이 해야 하나"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경사로에 주정차할 때 고임목을 받치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경사로 곳곳에선 이를 지키지 않은 차량들이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3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한 경사로에 주차된 차량들은 고임목 없이 주차가 되어 있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8.12.03 sun90@newspim.com

3일 경찰청에 따르면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9월28일부터 운전자는 경사로에 차량을 세울 때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바퀴 방향을 도로 가장자리로 돌려놓는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차량 미끄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위반 시 승용차 기준 범칙금 4만원이 부과된다.

경사로 안전조치를 담은 새 제도는 2개월의 계도·홍보 기간을 거쳤다. 경찰은 12월부터 개정 도로교통법을 어긴 운전자에 범칙금을 부과하는 등 단속에 나선다. 그러나 현장은 고임목 설치 등 의무화된 안전조치를 모른다는 이유 등으로 지켜지지 않아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서울 광진구 화양동과 자양동 일대를 살펴본 결과, 경사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고임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경사로에 세워진 차량 10대 중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바퀴를 돌린 차량은 4대에 불과했다. 고임목 설치 차량은 단 1대로, 두 앞바퀴 중 한 곳에 돌을 받쳤다. 나머지 차량 3대는 바퀴를 돌려 주차했지만, 이 중 공무집행을 위해 세워진 대형트럭의 바퀴는 도로 가장자리가 아닌 안쪽을 향했다. 나머지 차량은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아슬아슬하게 세워져 있었다.

3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경사로에 세워진 대형트럭은 바퀴를 도로 안쪽 방향으로 돌린 채 주차를 하고 있었다.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는 차량을 경사로에 주차할 때 바퀴를 도로 가장자리 방향으로 해야 한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8.12.03 sun90@newpim.com

운전자는 고임목 설치 등이 의무사항인 줄 몰랐거나, 굳이 해야겠느냐는 반응이다.

1톤 트럭 운전자인 석모(54)씨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의무로 지켜야 한다는 것까지는 몰랐다”며 “사이드 브레이크 말고 고임목까지 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승용차 운전자 기모(45)씨는 “평소 고임목을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돌 같은 것도 쉽게 찾을 수 없다”면서 “대형차도 아닌데 이 정도 경사에서 고임목을 하는 게 맞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각도가 있으면 다 경사로로 봐야 하냐”며 “안전조치가 필요한 경사로가 있을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한 안내 없이 운전자 의무만 부과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3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일대 경사로에 세워진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은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바퀴를 도로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리지 않고 세워져 있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8.12.03 sun90@newspim.com

전문가는 경사로 안전조치에 대한 홍보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고임목 설치는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나 자전거 음주운전보다 알려지지 않았다”며 “제대로 된 안내 없이 단속에 나서면 억울하다는 반발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개정 도로교통법은 차량이 사이드브레이크를 해도 경사진 곳에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다른 안전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라며 “고임목 설치가 아니더라도 사고 방치를 위한 다른 조치를 취하면 괜찮다”고 전했다.

sun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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