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해지 조치' 하나은행 민원이 대다수
출신국가 차별 건으로 인권위 조사도 진행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융감독원이 다음달 이란인 계좌 제한에 대한 은행권 실태 점검에 나선다. 첫 점검대상은 KEB하나은행이 유력하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이란인 계좌를 일괄 해지해 관련 민원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이란 국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연말까지 이란인 계좌 제한 등 외국인 대상 금융서비스 제공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현재 구체적인 일정과 검사 대상 은행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권과 당국에선 KEB하나은행이 첫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인 계좌주에 대한 신원 확인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다른 은행과 달리 KEB하나은행은 계좌 해지를 요청해 논란을 샀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가운데 KEB하나은행은 지난 9월 말부터 10월 12일까지 이란인 고객에게 계좌를 해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계좌를 해지하지 않은 고객에 대해선 지난달 31일부터 입출금 거래를 제한했다. 다만 계좌를 해지하고 맡겨둔 자산을 찾아갈 수는 있다.
금융위원회가 주한이란대사관 등을 통해 접수한 민원도 대부분 KEB하나은행 사례였다. 다른 은행으로 계좌 이전을 안내했지만, 이란 고객에 대해 일괄적인 계좌해지를 요청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계좌해지 조치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범위에 속한 내용은 아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은 신원확인 절차 등 사전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제3자제재(세컨더리 보이콧)을 받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의 자체적인 경영 판단이지만 금융소비자에 대한 권익 보호 차원에서 소홀한 것은 없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계기가 이란인 계좌 조치였던 만큼 하나은행부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현재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 건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도 받고 있다. 이란인 계좌해지와 관련해 출신 국가에 따른 차별이라는 진정이 접수된 데 따른 조치다.
인권위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가 끝나면 판례 등을 참고해 차별시정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차별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며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간 조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란인의 국내 활성화 계좌수는 1500여개로 파악된다. 이 중 하나은행 계좌수는 180여개로 다른 은행으로 이전 조치를 했는지 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말까지 실태점검을 위해 대상을 검토중"이라며 "은행들이 외국인 금융 서비스를 어떻게 운영하고, 이란인 계좌 조치 관련 안내를 제대로 했는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