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다툼·범죄 증가세에도 정부는 '이해' '배려' 요구
법적 규제 없는 일본도 보복살인 등 폭력사건 잇따라
건설자재·시공과정 감독 등 원인 제거 노력 뒤따라야
[서울=뉴스핌] 김세혁 기자 = 층간소음 문제가 심해지는 겨울철이 되면서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 주민들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관련법은 사실상 주민들의 '이해' '배려'를 요구하는 실정인만큼, 건설자재 규제나 시공과정 감독 등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늘어나는 층간소음…정부 탓하다 보복사고도 증가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층간소음과 관련, 시민이 기댈 곳은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정도다. 거의 유일한 공공기관이다 보니 민원이 많아 접근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27일 오전 10시부터 오전 11시경까지 이웃사이센터 홈페이지(www.noiseinfo.or.kr)는 서버오류로 접속이 제한됐다. 전화통화 역시 어려웠다. 오전시간인데도 대기시간이 10분이나 걸렸다. “현장방문 소음측정은 홈페이지에서도 신청 가능합니다”란 안내가 수 십번 반복됐지만 끝내 전화연결은 되지 않았다.
민원이 접수돼도 문제다. 주민 사이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며 전화상담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2016년 전화 및 온라인상담은 1만9278건이나 됐지만 현장접수는 4712건으로 약 25%에 불과했다.
구체적 조치까지도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온라인카페 '층간소음과 피해자쉼터' 회원은 "공공기관이 하는 조사다 보니 시간이 늦고, 대충 하는 느낌도 든다"며 "피해가 인정되더라도 돌아오는 보상은 아주 적다. 공사소음이나 층간소음 모두 마찬가지다. 돈이 들더라도 보상이 확실한 민간업체에 눈을 돌리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건축자재·공사과정 투명화로 원인 해결해야
우리나라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나 소음·진동관리법 제21조를 보면, 층간소음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하지만 해결책으로 주민들의 이해와 배려, 협조, 교육을 제시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한국보다 공동주택이 적은 일본도 의외로 층간소음 관련 사고가 발생한다. 법에 따른 규제가 우리나라만큼 느슨하기 때문이다. 일본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1974년 8월 28일 카나가와현 히라츠카시에서 한 남성이 위층 세 모녀를 몰살한 사건을 계기로 층간소음에 대한 인식이 전환됐지만 이후 환경성에서 별다른 제재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선 최근까지도 층간소음 보복살인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2016년 67세 남성이 망치 등으로 주민을 살해했고, 지난 7월 홋카이도에서는 층간소음으로 마찰을 빚던 44세 남성이 노상에서 53세 주민을 둔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층간소음 관련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 무개념 이웃도 문제지만 건설사가 근본적 책임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층간소음과 피해자쉼터 캡처] |
법적인 분쟁 해결이나 국민성에 호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층간소음 피해자들은 공동주택 건설 단계에서 근본적 원인을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건축자재 공개(투명화)다. 우리나라는 2014년에야 1000가구 이상 공용주택은 방음성능을 표시하도록 의무했지만, 이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를 지을 때 바닥 두께가 중요하다. 1970~1980년대 아파트들은 12cm 이하였던 콘크리트 바닥 두께(슬라브)가 현재 21cm로 강화됐다"며 "다만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으니 지키는 업체가 얼마나 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사과정 역시 공개하라는 의견도 많다. '층간소음과 피해자쉼터' 회원은 "층간소음을 버틸만한 주택을 짓는지 공사과정을 인터넷 등에 공개해야 한다"며 "입주 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면 층간소음 원인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회원은 "우리나라보다 못사는 외국에 이민갔는데 층간소음이 전혀 없더라"며 "한국은 집값은 비싸면서 어술하게 짓는다. 건축법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