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회의, 19일 '사법농단 연루 법관 탄핵 검토' 의결
김태규 판사 "법관대표회의 의결, 삼권분립 위배"
차성안 판사 "법관·재판 독립침해행위 시정조치로서 당연한 일"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법관탄핵 소추 검토' 의결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대립하는 것은 물론 대표회의의 대표성 논란까지 이는 등 법원 내부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일주일째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침묵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 2018.11.20 kilroy023@newspim.com |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의 ‘판사블랙리스트’ 피해자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진 차성안(41·사법연수원 35기)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소속 법원 대표판사 탄핵을 고려하고 계십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차 판사는 전날 같은 제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입법권이 없는 사법부가 탄핵소추에 관한 의견을 밝힌다고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법관·재판 독립 침해 행위에 대해 이를 시정하는 조치로 탄핵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법관으로서의 기본”이라며 법관 탄핵 소추 의견에 찬성의견을 밝혔다.
그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관들에 대한 탄핵 소추를 국회에 요구하는 것인 헌법상 3권 분립의 원칙을 침해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하기 위해 해당 글을 작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법부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이같은 지적을 한 것은 김태규(51·28기) 울산지법 부장판사다.
김 판사는 지난 24일 법원 내부 전산망에 올린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탄핵을 요구합니다’라는 글을 통해 법관대표회의 구성과 진행절차 등의 문제점을 일일이 꼬집었다.
그는 특히 “국회가 법원에 피고인을 엄벌해 달라고 의견을 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원도 국회에 탄핵 소추를 해달라고 의결을 낼 수 없는데, 이같은 측면에서 법관회의 의결은 삼권분립을 정면 위배했다”며 “이러한 의결이야말로 우리 헌정사에서 가장 나쁜 사법 파동”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법관 탄핵 소추 의안과 관련, 전체 법관들의 투표를 거쳐 의견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양=뉴스핌] 이형석 기자 = 지난 6월 11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18.06.11 leehs@newspim.com |
중견 법관들이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가운데 일선 판사들 역시 혼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재경지법 한 판사는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책임은 단순히 내부 징계만으로 그쳐서는 안 될 중대한 문제”라며 법관대표회의와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또다른 재경지법 한 판사는 “당시 법관 탄핵 검토 의안이 부결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는데 채택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법관 대표들이 일선 법원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한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법원이 판사 탄핵 의결을 둘러싸고 양분하는 상황에서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인 일주일 가까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적절한지 우려가 나오지만 계속되는 법원 내부 갈등에 김 대법원장도 침묵을 지킬 수만은 없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각급 법원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19일 2차 정기회의를 열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고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체 법관은 114명이었고 해당 의안 투표자는 총 105명이었다. 이 중 53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와 기권은 각각 43표, 9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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