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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4차혁명 오딧세이] 성큼 다가온 미래 교육은 어떤 모습?

기사입력 : 2018년11월26일 14:00

최종수정 : 2018년11월26일 14:00

미래 교육 보여주는 '미네르바 스쿨'

요즈음 학교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미네르바스쿨’은 기존 관념을 깨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학교의 개념과 달리, 일단 학교에 운동장과 교실이 없다. 칠판이 없고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는다. 교과 내용을 각자 미리 공부하고 토론만 인터넷으로 다 같이 들어와서 한다.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

기존 대학교육 체제에 대한 회의감에서 출발한 미네르바스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학생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내 실제 사회에서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능동적 학습’이다. 전교생이 줄 서 있는 ‘수동적 단체 주입 학습’ 이 아니다. 토론 장소도 전세계를 돌아가면서 한다.

학생들은 전 세계 7개 도시에 퍼져 있는 기숙사를 3~6개월마다 옮겨 다니며 온라인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학생이 있는 곳이 곧 강의실이다. 교실과 운동장을 짓지 않으니 당연히 학교 건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연구실도 강의실도 도서관도 없는 미네르바스쿨의 유일한 오프라인 건물은 기숙사다. 미네르바 스쿨에는 운동장도 없고, 교실도 없고, 애국조회도 없고, 교련 수업도 없다.

지금 형태의 대학이 얼마나 생존 가능할 지 매우 의문이다.

미네르바 스쿨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토론하고 있다. [출처: 미네르바 스쿨]

이제 창조와 토론과 협력을 강조하는 기업의 공간 설계도 파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실리콘벨리에 위치한 인공지능용 GPU 회사인 엔비디아의 신사옥 모습은 그런 변화를 상징한다. 거대한 돔 형태의 건물 안에 여러 개의 사무실 공간이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

그 돔 중앙에 식당과 회의실이 설치되었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 이동하거나, 미팅 룸에 가거나, 식당에 가거나 하면 반드시 다른 사람들과 오며 가며 마주치게 되어 있다. 사무실 벽은 언제든지 이동해서 큰 회의실로 만들 수 있다.

각 개발자와 연구자들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협력과 소통이 되도록 공간을 설계했다. 건물과 건물, 사무실과 사무실이 떨어져 있지 않고, 한 공간에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간이 사람, 조직, 문화를 분리하면 말아야 한다.

학교 공간 개선해야 

이제 우리나라 학교와 기업의 공간 설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학교도 엔비디아처럼 한 개의 거대한 돔 안에 공학, 자연과학, 인문학, 음악, 미술 분야가 섞여 있어야 한다. 출퇴근과 수업을 위해 지나가다가 음대생 연주를 듣고, 미술을 관람하고, 영감을 얻고, 같이 협력을 토론해야 한다.

각자가 지나가면서 서로 만나게 해야 한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창조적 토론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나라에서도 언제인가 애플,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와 같은 초우량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

미국 실리콘 벨리의 엔비디아 신사옥 모습 [출처: The Business Journals]

 

미국 실리콘 벨리의 엔비디아 신사옥 옆면 조감도. [출처: Azure Magazine]

공간 설계의 3대 핵심은 창조, 대화, 그리고 협력

현재 우리나라 관공서, 학교, 연구소, 기업 건물을 너무 똑 같은 모습을 갖는다. 건물이 딱딱하고 소통과 협력의 개념은 없다. 건물이 주는 창의적 발상과 미적 자극은 더욱 전무하다. 전국의 구청, 시청 건물은 모두 똑 같이 생겼고, 가장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건물인 법원, 검찰청 건물도 모두 똑 같이 생겼다. 최악은 전국 아파트의 모습이다.

아파트 숲이 전국의 아름다운 산을 모두 가려 버렸다. 그나마 우리가 갖고 있던 부드러운 자연 경관 선율이 주는 심미적 배려도 없애 버렸다. 이제 공간 설계가 경제성과 효율만 따지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2 차 산업혁명의 대량 생산 효율은 자동화 기기와 인공지능에 더 이상 경쟁할 수 없다.

공간은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이다. 목적은 주거, 산업, 교육, 경제활동 등 다양하다. 더 나아가 공간은 의식과 문화까지 지배한다.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분위기의 건물과 공간은 오히려 소통과 창조 활동을 방해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창의와 혁신이 생명이다.

그러려면 그를 뒷받침하는 문화와 사고를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간 설계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청소년과 어린이, 그리고 과학기술 인재가 자라는 학교의 공간이 바뀌어야 한다.

 

joungho@kaist.ac.kr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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