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청소년 폭력에 ‘법 개정 요구에도... 대책 '제자리'
청와대 국민청원, 3차례 답변은 "처벌 강화 능사 아냐"
소년법 목적 '처벌' 아닌 '교화' 목적
20대 국회 '소년법 개정안' 30건 달하지만... '처벌 강화' 입법은 미지수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중학생을 집단폭행해 추락 사망에 이르게 한 10대들이 구속되며 소년법 개정 요구가 다시 빗발치고 있다. 10대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소년법’이 도마 위에 오르지만 소년법 관련 논의는 매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22일 ‘소년법 개정’ 등 청소년 범죄를 언급한 청원글이 지난해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도입한 이래 7200여건을 기록했다. 지난 13일 발생한 인천 중학생 옥상 추락 사건이 알려진 이후에도 “가해 학생들을 엄벌하라”, “소년법을 폐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청원글이 수십개에 이른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
이 가운데 청소년 범죄와 관련해 가장 먼저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지난해 9월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이 계기가 된 ‘청소년 보호법 폐지 요청’ 글이다. 이 청원은 29만6300여명의 동의를 받아 청원답변 1호가 됐다.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형벌을 아주 강화한다고 범죄가 줄지는 않는다”며 “범죄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동시에 “예방은 감옥에 넣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며 ‘청소년 보호처분 실질화,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정부가 의지를 갖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청원 내용이 ‘잔인무도한 행동을 한 청소년을 강력 처벌하자’는 취지임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답변은 원론적이었다는 평이 많았다. 청원자는 “자신이 미성년자임을 악용한 청소년들이 성인보다 더 잔인무도한 행동을 일삼고 있으니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후 관악산 여고생 집단 폭행 사건(20만8200여명)’과 ‘대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35만4000여명)’, ‘인천 여중생 자살 가해자 강력 처벌 요청(23만4200여명)’ 등 소년법 개정 요구는 계속됐다. 최근 “성폭력을 당한 17세 조카가 자살했다”며 소년법 개정을 요구한 청원에도 20만명 이상이 동참하며 청와대는 ‘소년법 개정’ 문제에 4번째 답변을 해야 할 차례다.
앞선 3차례 답변에서 청와대는 ‘처벌 강화가 해법이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소년법 강화가 어렵다는 얘기다. 소년법의 목적이 ‘처벌’이 아닌 ‘교화’에 있기 때문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8월 23일 청와대 소셜미디어 방송을 통해 또 한 번 ‘소년범죄 예방’과 ‘소년범 교화’를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청소년 강력범죄 연령이 낮아지며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중”이라면서도 “처벌강화만이 청소년 범죄해결의 열쇠는 아닌 만큼 예방과 교화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법 개정은 정부가 아닌 입법부의 역할인 만큼 국회와의 공조 어려움도 내비쳤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지난 16일 답변에서 “국민의 답답하신 마음도 이해가 되나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법 개정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소년법 개정이 언제 현실화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소년법 개정안만 30건이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무기징역까지 강력 처벌하자는 의견부터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14세에서 하향 조정하자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현재까지 처벌 내용에 관한 개정안 중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은 안건은 한건도 없다. 소년범죄자에게 전과자 낙인을 찍지 않도록 하는 소년법 제67조만 지난 1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고 지난 8월 개정됐을 뿐이다.
대상이 19세 미만 청소년인 만큼 처벌 강화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도 법안 통과에 탄력이 붙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