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 후 고용 감소
용역·도급 등 보호 못 받는 비정규직 늘어
노조, '풍선효과'…근로조건 변경 어려워
"고용안정성과 노동유연성 균형있게 추구"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기업의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했더니 일자리 양과 질이 동시에 후퇴했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특히 비정규직 보호 방침이 오히려 법으로 보호를 못 받는 비정규직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질 높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비정규직 보호와 함께 정규직 노동유연성 제고도 병행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 사용규제가 기업의 고용 결정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부작용이 없는지 점검하고 정책 제안을 하기 위해 이번 보고서를 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현재 추진 중인 사안이라 당장 분석이 어려운 관계로 과거 사례를 분석했다. 2007년 적용한 비정규직법(기간제 근로자는 2년 이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2년 초과 파견근로자는 직접 고용하라는 내용)이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것.
[자료=한국개발연구원] |
KDI 분석 결과 비정규직 보호는 전체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문제는 일자리 양뿐만 아니라 질도 후퇴했다는 점이다. 정규직 비중은 증가했는데 동시에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용역과 도급 등 비정규직 노동자도 함께 증가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박우람 KDI 연구위원은 "노동자는 크게 정규직과 보호받는 비정규직,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으로 구분된다"며 "비정규직법 시행 후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기타 비정규직이 증가했고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정규직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요인으로 노조를 간접적으로 지목한다.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증가에 노조가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일수록 근로조건 변경이나 해고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노조가 근로조건 경직성 요인인 것.
박우람 연구위원은 "노조 유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전환 이후 처우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면서도 "노조 유무는 근로조건 변경의 경직성을 통해 비정규직의 수요와 연관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뉴스핌 DB> |
KDI는 이같은 분석을 토대로 정부가 비정규직 제한과 함께 정규직의 노동유연성 제고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규직은 전체 임금 노동장의 70%를 차지한다.
박우람 연구위원은 "그동안 비정규직 정책은 주로 비정규직 사용 규제에 맞춰졌으나 법적 규제만으로는 고용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기가 어렵다"며 "근로자가 필요하는 고용안정성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유연성을 균형 있게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