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北 비핵화 진전 있다면 상응 조처 뒤따라야"
마하티르 "北 합의사항 이행 의지 관측된다면 격려해야"
펜스는 비핵화까지 대북 제재 유지, 文 대통령도 말 아껴
[싱가포르=뉴스핌] 채송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18일 5박 6일간 싱가포르와 파푸아뉴기니 순방에 나선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의 화두인 대북제재 문제가 정상회의에서 활발하게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한러 정상회담에 이어 15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대북 제재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푸틴 "北 비핵화 진전 있다면 상응조치 따라야"...文 "좀 더 과감한 비핵화, 러시아가 역할해달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진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일정 조건을 전제로 대북제재 완화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이 좀 더 과감하게 비핵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동아시아의 안보 등 지역 현안에 대해 논의한 제13차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도 각국 정상들이 잇따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거들었다.
각국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올들어 이뤄진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또 한반도 비핵화가 평화적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마하티르 빈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마하티르 총리 "北, 비핵화 의지 보이면 제재 일부 줄여야"
특히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북한이 군사력을 제로(Zero) 수준으로 감축할 수는 없을 것인데, 상대방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때 북한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북한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하고, 그 것은 제재의 일부를 줄이는 것"이라고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그럴 때 북한이 더욱 고무돼 완전한 감축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합의사항을 이행하려는 의지를 관측할 수 있다면 북한을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그동안 보였던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낮추고, 한미간 이견을 보이지 않는 쪽으로 선회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5일 면담했다. [사진=청와대] |
◆ '대북제재 강경파' 펜스 만난 文 "제재 틀 내에서 남북교류 추진할 것" 말 아껴
지난달 유럽 순방과 달리 문 대통령은 이번 동남아 순방에선 대북제재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예컨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온전한 대북 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펜스 부통령과의 면담에서는 대북 제재완화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에게 "현 대북제재 틀 범위 내에서 한미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 하에 남북관계의 개선과 교류 협력을 추진해나감으로써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과 밝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교적 보고서를 읽듯 선언적인 발언에 그쳤지만, 문맥상 국제사회가 합의한 대북제재의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남북교류 협력을 추진해나가겠다는 한발 물러선 태도를 취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실질적인 성과를 얻게 될 경우 북한이 혜택을 받아야 하고 밝은 미래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대북제재 완화를 놓고 시기 조율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