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진 민주당 보좌진협의회 신임 회장 직격인터뷰
28년 역사상 첫 여성 보좌관협의회장 당선 화제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 덕분...주변 도움이 회장 만들어"
"주52시간 근무, 여성보좌관 참여율 50% 공약 내세워"
[서울=뉴스핌] 한솔 기자 = “최초의 여성 보좌관협의회 회장이라는 것 때문에 관심을 많이 받지만 앞으로 더 잘하는 게 훨씬 중요하겠죠.”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 신임 회장이 된 서영교 의원실의 조혜진 보좌관은 19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최초가 주는 무게감은 있어요. 근데 무겁게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안될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가 더 중요하잖아요"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혜진 더불어민주당 보좌관협의회 신임 회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yooksa@newspim.com |
◆ "여성 보좌관들의 전폭 지지? 동료가 민주당 보좌관 900명 중 521명의 추천서 받아줘"
민보협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들의 모임이다. 보좌관 처우 개선 등을 위해 13대 국회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민주당 당규에도 당내 조직기구로 이름을 올린 조직이다. 전체 회원 수는 무려 900여명.
전체 국회의원 숫자가 299명이니 무려 3배에 달한다. 단순계산으로 숫자만 놓고 볼 때, 국회를 움직이는 것은 국회의원과 보좌관이라는 말이 나란히 붙을 만큼 '규모의 조직'임에 틀림없다.
조 보좌관은 민보협 출범 이래 최초로 당선된 여성 회장이다.
민보협 회칙상 회장 출마를 위해서는 30명 이상의 추천이 필요하다. 조 회장은 521명의 추천을 받았다. 규정과 조건을 가뿐히 충족, 단독 입후보한 케이스다.
조 회장은 “주변 여성 보좌관들이 많이 도와줬다”며 “유능하고 좋은 성품으로 동료 보좌관들이 따르는 다른 의원실의 보좌관이 있었는데, 제가 (선거에) 나가겠다고 하니 추천서를 100명이나 받아줬다”고 전했다.
이 말을 전할 때, 조 보좌관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뿌듯함, 감사함, 그리고 책임감이 함께 묻어나는 미소였다. 가장 인정받고 싶은 지인들에게 듬뿍 인정 받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혜진 더불어민주당 보좌관협의회 신임 회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yooksa@newspim.com |
◆ '민주당 역사에 홍일점을 찍다'...28년 된 민보협에 오직 한명 뿐인 여성회장
"오래된 여성 보좌관 중 제일 나서기 좋아하는 보좌관이 나였던 것 같아"
조 회장은 출마를 결심한 계기에 대해 “예전부터 나가야겠다는 생각은 했다”며 “28년간 여성 회장이 없었다는 건 보좌진들 사이에서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문제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사실 민주당이 여성 친화적인 당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동안 여성 회장이 없었다는 건 우리에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성별을 떠나 남성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여자 회장 나올 때가 됐는데 누가 하느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민보협 회장은 보통 오래 있었던 보좌진들이 주로 맡는다”며 “오래 있던 여성 보좌진 중에서 제일 나서길 좋아하는 보좌관이 나였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혜진 더불어민주당 보좌관협의회 신임 회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yooksa@newspim.com |
◆ '야근 점철된 보좌관 문화를 바꾼다'...주52시간 근무, 여성보좌관 참여율 50% 공약 내걸어
물론 그런 그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 조 회장은 “출마를 고민할 때 뒤에서 ‘저 사람 왜 저러느냐’, ‘조 보좌관은 안된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 얘기를 들으니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결심을 굳힌 조 회장은 △연가‧출산 및 육아휴직 △주52시간 근무 보장 등 근무여건 개선 △보좌진 권리향상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 △민보협 모든 제도·지원·선출에 여성보좌진 참여율 50% 달성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 회장의 공약은 야근이 일상화된 국회 보좌관 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그래서일까. 최근 민보협은 운영진 38명 중 20명을 여성 보좌진으로 구성했다. 최초로 운영진 과반을 여성들로 꾸린 것이다.
조 회장은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화된 문화가 아닌 더불어 함께 하는 커뮤니티를 꿈꾼다. 여성이기 때문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규정하거나, 남성이기 때문에 더 앞에 나서야 하는 수직적 문화가 아니다. 남성과 여성의 비율을 구분 짓기보다 더불어 함께 일 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기 위한 첫 걸음이다.
그래서 여성이기 때문이 아닌 일 할 수 있는 운영진들로 꾸렸다는 것이 조 회장의 설명이다.
조 회장은 “기존에도 민보협 운영진 성비가 치우친 편은 아니었지만 이를 공약으로 만들어 가시화하는 것은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도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는 성별 비율의 구분은 의미 없어질지도 모른다. 조 회장은 "그런 변화를 위한 첫 시작이 지금"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혜진 더불어민주당 보좌관협의회 신임 회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뉴스핌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yooksa@newspim.com |
◆ 국회 9급 보좌관의 63.4%가 여성, 4급은 7.5% 불과..."나를 보좌관들의 스피커로 써달라"
조 회장이 근무하는 서영교 의원실이 지난 10월 국회사무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여성 보좌진 비율은 보좌관 10명 중 3명 정도다.
문제는 이들 중 대다수가 8~9급에 해당하는 낮은 직급에 몰려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국회 보좌진 중 가장 직급이 높은 4급의 경우 여성 비율이 7.5%에 불과하다. 100명 중 7.5명이라는 애기다.
반면 9급 보좌진의 63.4%를 여성이 담당한다. 여성들의 국회 보좌관 진출이 늘었지만,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거나 '유리 천장'이 여전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확실히 아직도 국회는 유리천장(글라스 실링, Glass ceiling)이다. 비단 여성 보좌관들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충분한 능력을 갖춘 구성원, 특히 여성이 조직 내의 일정 서열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invisible barrier)’을 경험한다면 말이다.
자격이나 능력과 관계 없이 승진 사다리를 올라갈 수 없도록 막는, 보이지도 않고 깨뜨릴 수도 없는 장벽. 정부 내 여성 공무원들에 대한 대리석 천장(marble ceiling)도 여전하다.
조 회장은 거대한 벽을 두드리고 있다. 그는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고충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동생 같은, 언니‧누나 같은 회장이 되고 싶다”고 조금은 소박한 비전을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나를 스피커로 삼아 민보협 보좌진들 처우가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이어 “용두사미가 되지 않는 게 목표다. 다양하게, 재밌게, 같이 활동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군가 지금 여기에 없는 미래는 스스로 만든다고 했던가.
꿈을 품고 모험을 하고, 세상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마지막으로 국민과 나라의 희망이 된다.
폐쇄적이고 완고한 어떤 사회가 신분으로 참신한 개혁을 억누리고 있다면 누군가는 타파해보고 싶지 않을까.
조 회장을 필두로 민주당 보좌관협의회가 새롭게 만들어갈 '타파'를 기대해보고 싶다. 임기가 끝난 뒤 다시 인터뷰하고 싶은 조 회장이 앞으로 어떤 소소하면서 굵직한 변화를 이끌어낼지 사못 궁금하다.
so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