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차장, 대법관 제청 1순위로 여겨지는 사법부 '핵심'
임종헌, 사법부 위상강화·상고법원 추진위해 직권남용 등 혐의
[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대법관 후보 1순위에서 관여한 범죄 사실만 30여 개에 가까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첫 피고인으로 전락했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이 전일 기소한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관여한 정황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30개 가까운 범죄 사실이 242쪽에 걸쳐 나열된 것이다.
임 전 차장의 범죄 사실은 크게 상고법원 등 사법정책의 원활한 추진과 법원의 위상강화 및 이익도모를 위한 범죄, 대내외적 사법부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보호를 위한 범죄,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편성 및 집행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특히 임 전 차장의 혐의는 이 가운데서도 사법부 위상강화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범죄행위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8.10.26 kilroy023@newspim.com |
임 전 차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위안부 관련 소송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행정소송 등 각종 재판에 개입하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와 외교부, 고용노동부 등과 은밀한 연락을 주고받은 것, 또 당시 유력 국회의원들에게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각종 편의를 제공한 것은 당시 사법부의 주요 현안인 '상고법원' 도입을 보다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밑바탕이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상고법원 추진 자체도 사법부, 나아가 대법원장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복안이었다. 전직 대법원장 시절 법원장이 제안한 '법관인사제도이원화'가 이뤄지면 법관 인사권을 가진 대법원장의 권한이 약해질 수밖에 없고 상고법원 도입을 통해 이를 막고자 했다는 것이다.
당시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등 사회적으로 주요 현안을 심리하고 법원의 해석 권한에 대한 판단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대필 기사 게재, 파견법관을 통핸 동향파악 등을 통해 견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 전 차장은 대내외적으로 사법부 정책에 비판하는 세력을 탄압하기 위한 작업에도 관여했다. 내부적으로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일부 판사들을 비롯해 사법부 방침에 반대하는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정치적 성향 등을 불법 사찰하고 이들에게 징계 등 인사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법관의 변호사평가제도 도입 등 당시 상고법원 추진에 비판적이던 대한변호사협회를 압박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아울러 양 전 대법원장 시절 공보관실 운영비로 책정된 예산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관련 서류를 조작하고 이 돈을 유용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있다.
임 전 차장이 이처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개별 사건에 포괄적으로 개입한 것은 사법 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의 핵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사법부 안팎에서는 행정처 차장이 '대법관 제청 1순위'로 여겨질 만큼 요직으로 꼽힌다.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행정처 차장을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관행이 계속돼 온 것이다. 임 전 차장 역시 양 전 대법원장 재직시절인 2012년 8월부터 5년 가까이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 이어 차장을 거치면서 대표적인 양 전 대법원장의 '심복' 중 한 명으로 여겨져 왔다.
이에 검찰은 이런 상황에서 임 전 차장이 독단적으로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임 전 차장의 공소유지 업무와 함께 사법부 수뇌부에 대한 수사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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