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해외 ABCP 심사 기준 강화...일부는 해외물 포기
금융투자업계 전반으로 중국채권 경계 분위기 확산
[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이하 CERCG)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부도 이후 ABCP 발행이 급감하고 있다. 또 중국채권에 대한 경계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증권사와 신용평가사도 영업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ABCP 발행금액은 지난 7월 15조7002억원을 기록한 이후 8월 13조9593억원, 9월 12조2160억원으로 줄었다. 중국 정기예금 유동화증권 발행액 역시 지난 2016년 2분기 20조원을 넘어섰으나 올 3분기에는 5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 CERCG ABCP는 지난 5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특수목적회사(SPC)인 금정제12차를 통해 165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이를 현대차증권(500억원), KB증권(200억원), KTB자산운용(200억원) 등 11곳이 매입했다. 하지만 이 ABCP는 지난 9일 1650억원 전액 부도처리 됐다.
이 사건은 증권사 간 소송으로 번지고,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또 신용평가사로 불똥이 튀었다. 우선 이 ABCP의 신용등급을 평가한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가 타격을 입었다. 나신평의 ABCP 신용평가액수는 7월 6조3316억원에서 8월 5조2564억원, 9월 4조7539억원으로 감소했다.
나신평은 지난 5월8일 CERCG ABCP를 A2등급으로 평가했지만, 20여일 뒤인 28일 C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CERCG가 보증한 3억5000만달러의 회사채 만기가 5월11일이었음에도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뒤 등급을 내린 것이다.
나신평은 조만간 중국 CERCG ABCP에 대해 D(디폴트) 등급을 부여하는 수시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김영대 나이스신용평가 대표,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 [사진=네이버, 한화그룹, KTB투자증권] |
◆ 증권사 ABCP 자체 심사 기준 강화, 일부는 해외물 취급 포기
ABCP 시장이 전반적으로 재정비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자체 리스크 심사 기준을 크게 강화해 해외 ABCP 발행을 자제하고 있다.
한 중견 증권사 리스크관리 부장은 "중국 CERCG 사태 후 유동화상품에 대하여 신용등급 기준으로 매매를 진행했던 기존 절차에서 강회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며 "유동화상품의 기초자산 및 보증기관 등 해당상품에 관련된 제반사항을 다각적으로 확인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기초자산이 중국을 비롯한 기타 신흥국 등 해외자산인 경우 기초자산에 대한 확인 절차를 강화해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CERCG ABCP로 피해를 입은 증권사 관계자는 "리스크심사팀 및 관리팀이 채권 영업팀과 T/F 형태로 시중 ABCP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전했다.
아예 해외 ABCP 취급을 제한하거나 포기한 곳도 생겨났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유안타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아예 해외 ABCP는 취급하지 않는 상태"라면서 "키움증권은 중국 은행 채권 기초자산 ABCP 등 해외물을 취급하지 않다 최근 제한적으로만 허용 중"이라고 귀띔했다.
중국채권에 대한 경계심리가 금융투자업계 전반으로 확신되기도 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은 국유기업에 대한 법적·제도적 근거가 미약하다"며 "국유기업 설립법이 없으며 정부가 국유기업을 지원해야 할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국유기업이라고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 연구원은 "중국은 국제회계기준을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어 전방적으로 재무제표 신뢰도에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