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이 팽팽하게 줄다리기 해 온 브렉시트(Brexit) 협상이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공식 브렉시트까지 5개월도 남지 않았으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협상안이 의회는 고사하고, 내각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제 영국이 아무런 합의없이 EU와 결별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벌어지든,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열리는 시나리오든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안개속을 걷던 브렉시트 협상이 시야에서 한층 멀어진 건 지난 9일 조 존슨 교통부 부장관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다. 존슨 부장관은 현 내각 협상안이 “종속과 혼란(vassalag and chaos)” 사이에 있는 선택지일 뿐이라며 2차 국민투표를 요구했다. 존슨 부장관의 사임은 현 내각 협상안이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표류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냈다.
영국과 EU는 지난 11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치열한 협상을 벌였으나 회담은 별반 성과없이 끝났다. 이날 예정된 내각회의도 무기한 연기됐다. 메이 총리는 EU와 회담은 마친 후 양측 협상이 “종반전(endgame)”에 이르렀으며, “(백스톱) 철수 협정(Withdraw Agreement)을 진전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달랬으나 이달 예정된 EU 특별 정상회의가 미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오는 14일 오후까지 드라마틱한 진전이 없을 경우 이달 회의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승인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로이터통신이 같은날 보도했다. 이달 회의가 불발되면 양측 협상은 12월 13일과 14일 정기 EU회의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협상은 여전히 백스톱안에 발목 잡혀 있다. 백스톱안은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대안책이 마련될 때까지 영국령 전체가 EU 관세동맹에 남는 것을 골자로 한다.
최근 영국이 제안한 영국령 전체 잔류 방향으로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양측은 잔류 기간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영국은 ‘한시적’ 잔류를 주장하는 반면, EU는 영국이 원할 때 철수할 있다는 조항 자체가 백스톱을 의미없게 만들 수 있다며 ‘일방적’ 백스톱에 반대하고 있다.
보수당 내 반(反) EU파 의원들도 메이 총리의 백스톱안에 반발하고 있다. 백스톱 종료일이 명시되지 않은 합의문은 영국이 관세동맹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우려에서다.
이제 ‘백스톱을 위한 백스톱’까지 논의되는 실정이다. EU는 영국이 언제든 관세동맹에서 철수하는 점을 고려하면 2차 백스톱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영국을 압박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미칠 EU 영향력을 우려하는 브렉시트 강경파에겐 더욱 달갑지 않은 논의로, 브렉시트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를 더 틀어지는 중이다.
협상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메이 총리가 지금과 같은 행보를 지속하려면, 의회를 설득하는 작업부터 선행돼야 한다. 백스톱 잔류가 일시적일 뿐이며, 2차 백스톱이 실현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란 점을 의회가 확신하지 않으면, 남은 선택지는 국민 전체가 원하지 않는 노딜 브렉시트 뿐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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