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중간선거가 마무리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경질하면서 러시아의 2016년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의 향방에 워싱턴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현재 로버트 뮬러 특검이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적으로 뮬러를 제압하기 위해 이를 갈고 있는 가운데, 워터게이트 이후 워싱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향후 향방을 가를 핵심인물 4명인 트럼프 대통령, 매슈 휘터커 법무장관 대행, 뮬러 특검,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대응 전략과 개인적 입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 수사 방해할 것인가 방관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중간선거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수사가 우리나라에 매우 나쁘다고 믿지만, 아직까지 이를 중단시키지 않았다”며 “원한다면 언제든 수사를 중단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휘터커를 법무장관 대행으로 내세운 것은 뮬러 특검의 수사에 개입하거나 그의 수사 결과에 압박을 가하거나, 심지어 특검을 해임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셋 중의 하나를 선택하면 매우 혼란스러운 헌법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당시 자신의 대선 캠페인이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를 기다린 후 이를 은폐하는 사법 방해의 길을 택할 수도 있다.
중간선거 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두 번째 가능성을 더욱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세션스 장관을 대신할 법무장관 대행으로 뮬러 특검을 비호하며 그의 수사를 감독해 왔던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 대신 휘터커를 선택했다.
일각에서는 이 결정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하거나 위협이 되는 관료들을 제거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비난했다. 휘터커를 대행으로 임명한 것 자체가 트럼프의 권력 남용이라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뮬러 특검의 수사가 방해받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 소식통이 CNN에 전한 바에 의하면, 휘터커 대행이 러시아 수사를 감독한 전권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일상적인 수사 보고는 로젠스타인 부장관이 맡고 있다고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휘터커 대행을 통해 수사에 압박을 가하거나 개입한다면 자신이 유죄임을 더욱 증명하는 셈이 돼 향후 수년 간 법적 및 정치적으로 대통령직 자체를 옥죄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마이클 젤딘 전직 법무부 관리가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갑자기 핵심 인물로 떠오른 휘터커 법무장관 대행
러시아 수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던 휘터커 대행은 이제 뮬러 특검의 수사 범위를 축소하거나 예산을 제한하거나 기소 및 소환장 발부 요청을 불허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또한 뮬러 특검의 최종 보고서의 공개 및 의회 전달을 막을 수도 있다.
워터게이트 당시 하원 법사위원회 자문으로 활동했던 마이클 콘웨이는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가 조용히 묻히게 하는 것이야말로 휘터커 대행이 할 수 있는 가장 사악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콘웨이는 “휘터커 대행은 여론이나 정계에서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도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를 땅 속에 묻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향후 수주 간 추가 기소나 대배심과 관련해 아무런 활동이 없다면 휘터커 대행이 특검의 수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첫 번째 신호라고 풀이해도 무방한 반면, 기소가 이어진다면 휘터커 대행이 한 발 물러나 있다고 볼 수 있다고 CNN는 예상했다.
휘터커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 특검에 대한 적대감을 절대 숨긴 적이 없고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세션스 장관 경질에서도 나타났듯이 휘터커에게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심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휘터커는 수십년에 걸친 공직 생활을 통해 권력 기반과 명성을 쌓고 기관 및 정계 내에서 우군을 만들어 놓은 세션스나 코미와는 달리 기반이 매우 약하다.
또한 뮬러 특검의 수사에 개입하려 한다면 윤리적 문제뿐 아니라 법적 문제에도 직면할 수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은폐에 공모했다는 이유로 청문회에 불려 나갈 수도 있다.
휘터커 대행은 헌법에 대한 의무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해 있다.
매튜 휘터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뮬러 특검, 침묵할 것인가 밀고나갈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 언론의 공격에 대한 뮬러 특검의 최선의 방어책은 침묵이었다.
휘터커 대행이 뮬러 특검의 임명 자체를 번복할 수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는 가운데, 뮬러 특검의 측근들은 그가 이미 수사 개입 및 중단 압박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뮬러 특검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헨에 대한 세금탈루 조사를 뉴욕 검찰에 넘겼고, 러시아 수사 대상에 대한 비공개 기소장이 이미 발부됐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현재로서는 뮬러 특검이 위태롭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보도했다. 휘터커 대행이 뮬러 특검을 압박하면 상원 및 하원 법사위원회에 설명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고, 뮬러 특검을 해임하려면 정당한 사유를 내놓아야 한다.
뮬러 특검이 압박에 못 이겨 자진 사임하더라도 이는 거센 정치적 후폭풍을 가져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로버트 뮬러 특별 검사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낸시 펠로시, 트럼프 대통령 견제하는 체제
펠로시 원내대표는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시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는 체제를 대변하는 인물이 될 전망이다. 하원의장이 되면 행정부와 법무부를 감독하는 하원 의원회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된다.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한 민주당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휘터커 대행 임명에 대해 조사하고 러시아 수사에 대한 하원 정보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할 것이란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펠로시 원내대표 또한 다소 난처한 입장이다. 하원의장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을 압박하려 하면 강경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2020년 대권주자로서는 지나친 대응이었다는 비난을 받을 만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한편 민주당 급진세력으로부터는 트럼프를 탄핵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이유로 대통령을 탄핵해서는 안 되지만, 정치적 이유가 대통령 탄핵을 가로막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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