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중간선거는 통상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벤트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전 세계가 이례적으로 초유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파 국수주의인 이른바 ‘트럼피즘’이 미국을 영구히 바꿀 수도 있는 선거이기 때문에 전 세계가 뜬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심층 분석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지켜내면 트럼피즘이 지속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면 국제사회는 보호무역주의뿐 아니라 기후변화·군축·이민 등을 망라하는 각종 협정과 협약에 대한 의심으로 무장한 미국을 오랫동안 상대해야 한다.
반면 민주당이 반격에 성공하면 트럼프 시절은 일탈에 지나지 않으며 자유의 수호자인 예전의 미국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물론 전 세계 각국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원하는 결과가 제각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타깃이 된 이란과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기를 바란다. 민주당이 완승하더라도 이란 핵협정을 회복시키거나 중국에 대한 관세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패배를 겪게 되면 이를 추진하는 모멘텀이 약화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유럽연합(EU)도 민주당의 승리를 바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라는 개념 자체에 적대적인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와 방위 무임승차에 가장 큰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EU가 추구하는 이데올로기 자체에도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EU는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주의’를 초국가적 기관이 국가 자주권을 침해하는 이데올로기라 폄하하고 있다. 그런데 EU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세계주의’ 기관이다. EU의 기본 원칙은 각국 정부의 자주권을 제한하는 국제법을 만드는 데 있다.
EU 측은 EU에 대한 미국 공화·민주 양당의 태도가 점차 양극화되고 있는 데 우려하고 있다. 올해 초 퓨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맹의 이익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민주당원 중에서는 74%에 달한 반면, 공화당원 중에서는 36%에 그쳤다.
미국으로부터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딱지가 붙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덮어 쓴 캐나다도 EU의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 캐나다는 북미자유무역협정(나토·NATO) 재협상 당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받은 외교적, 경제적, 수사적 압박과 수모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물론 공화당의 수성을 바라는 국가도 제법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우파 국수주의에 탄력을 줘, 이 흐름을 타고 권력을 잡은 지도자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대통령 당선이 대표적인 우파의 승리 스토리다.
이탈리아, 헝가리, 폴란드 등 EU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감을 받은 우파 지도자들이 득세하고 있다.
인도,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이스라엘 등은 저마다의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응원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핵협정 탈퇴와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라는 용단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을 흡족해하고 있다.
사우디 또한 이란에 대한 트럼프의 강경 태도를 반기고 있으며, 사우디 출신 언론 자말 카쇼끄지 암살로 인한 위기를 헤쳐가는 데 사우디에 우호적인 대통령이 백악관에 남아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는 비호감이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화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반기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는 러시아는 관망하는 자세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에 대한 청문회가 확실시되고 이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움직임도 거세질 수 있다. 러시아 청문회는 러시아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고 대러 제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러시아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을 열렬히 원했지만 취임 이후에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미국은 대러 제재를 강화했고 최근에는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파기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를 포기하지 않았다. 푸틴은 내심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수성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트럼프의 재선 기대감도 피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는 시나리오도 러시아로서는 나쁘지 않다. 워싱턴 정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 트럼프 탄핵 가능성은 낮아짐과 동시에 미국 정치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이 내부 분열에 빠지는 것은 러시아로서는 좋은 일이다.
일본은 심경이 보다 복잡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쌓는 데 열중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무역과 경제 사안에 있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뒷통수를 맞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트럼프는 일본에 자동차 관세 카드를 꺼내들며 위협하고 있다. 또한 북미 협상이 급물살을 타는 것도 일본으로서는 불안한 일이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의 대중 정책이 강경해지는 것은 반기고 있다.
9월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미일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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