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7개월만에 반등…SK하이닉스 '착시효과'
9월 생산·소비·투자 등 '트리플 부진' 여전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6개월 연속 하락세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 반도체 착시 효과를 제거하면 지난달 설비투자는 사실상 마이너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분야를 제외하면 설비 투자는 7개월째 하락세다. 지난달 국내 생산과 소비 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주요 경제지표가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부진'이 이어진 것.
생산과 소비, 투자 부진은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추락으로 이어졌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가 꺾였다고 볼 수 있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전문가는 한국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경고한다.
◆ 설비투자 7개월 만에 증가…반도체 장비 빼면 8.9% 감소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설비 투자는 전월대비 2.9% 증가했다. 지난 3월부터 이어진 하락세가 7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했다.
설비 투자가 증가한 배경에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준공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충북 청주에서 신규 반도체 공장인 'M15' 준공식을 가졌다. SK하이닉스는 신규 반도체 공장에 2023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대형 투자 영향으로 지난달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은 급증했다. 지난 8월 일 평균 32만1000달러 수입 실적이 9월 68만6000달러로 두 배 가량 늘었다. 이에 특수 산업용 등 기계류 투자는 11.5% 증가했다.
지난 4일 충북 청주 준공식이 열린 SK하이닉스 M15 신규 공장. 2018.10.04. flame@newspim.com |
문제는 반도체를 빼면 '투자 빙하기'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반도체 장비를 제외했더니 지난달 설비 투자는 2.9%에서 마이너스 8.9%로 확 떨어졌다. 자동차 등 운송장비(-15.3%) 투자가 감소한 탓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설비 투자 증가가 일시적 일지 이어질지는 말하기가 어렵다"며 "다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지난달 설비 투자는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지난달 생산과 소비는 동반 하락했다. 지난달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1.4% 줄었다. 국내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대비 2.2% 감소했다. 건설기성과 건설수주도 각각 3.8%, 6.6% 떨어졌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지난달 주요 지표가 대부분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전월에 비해 위축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6개월 연속 하락…전문가 "경기침체 국면"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월 98.6으로 전월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6개월째 하락세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떨어지면 경기 전환점 주요 신호로 인식된다.
통계청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함께 다른 경제지표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경기 전환 판단을 유보했다. 2015년 1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6개월 연속 해당 지표가 하락했지만 이때 국면 전환 선언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운선 산업동향과장은 "경기 국면 전환을 공식화하기 위해서는 주요 지표에 대한 통계적 분석과 전후 경제상황 검토 결과를 종합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2018년 9월 산업활동동향 [자료=통계청] |
통계청에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 그룹은 이미 경기가 꺾였다고 분석한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각 지표를 종합한 종합지수이기 때문에 주요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특임교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5월을 정점으로 하락 중"이라며 "100 이하면 침체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정근 특임교수는 "지난해 5월부터 지금까지 경기가 계속 하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