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금리·유가 상승 따른 파장에 무역 마찰 충격 가세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주식시장의 하락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상황은 KKR를 포함한 대형 자산운용사도 마찬가지다. 장기 강세장에 취했던 전략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월가에 꼬리를 물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 |
금리 상승에 곤욕을 치렀던 투자자들이 재차 강한 경계감을 보이는 것은 3분기 기업 실적에서 드러난 리스크 요인들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 예상치에 미달한 아마존의 4분기 매출 전망이 성장률 정점을 둘러싼 우려를 부추긴 한편 강달러와 금리 상승, 여기에 고유가에 따른 충격이 기업 수익성에 흠집을 내기 시작한 사실이 확인된 것.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실적을 발표한 쓰리엠은 4분기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10센트에서 5센트로 대폭 낮춰 잡았다. 달러화 상승이 수익성을 강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UPS 역시 환율 불확실성이 3500만달러~4500만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호이저 부시는 달러화 상승으로 인해 3분기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힌 한편 배당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채 원리금 상환 및 차환 발행 비용이 상승한 데 따른 대응이라고 업체는 설명했다.
PPG 인더스트리도 강달러가 3분기 실적에 복병으로 작용했다고 밝히고, 4분기 매출액이 5000만~6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와 관세에 따른 파장도 3분기 실적에서 포착됐다. 사우스웨스트 에어라인과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3분기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지만 고유가로 인해 이익에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할리 데이비슨은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로 인한 비용이 올해 4000만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아마존의 4분기 매출액 전망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한풀 꺾였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주식시장에 하락 압박을 가했다.
경제 성장 둔화를 예고하는 신호는 반도체 업계에서도 등장했다. 26일(현지시각) CNBC는 반도체 칩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은 기업의 투자가 꺾이는 것을 의미하며,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인하가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기업 투자 둔화는 이날 발표된 3분기 GDP 예비치에서도 확인됐다. 상업용 건물과 설비,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지적 자산 등의 투자가 0.8% 늘어나는 데 그친 것. 이는 1분기와 2분기 각각 11.5% 및 8.7%에서 급감한 수치다.
사상 최고치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웠던 뉴욕증시는 최근 5주 사이 10% 이상 하락, 조정장에 진입했다.
KKR을 포함한 운용사들은 저금리에 기댄 경제 성장 및 자산시장 상승 기류가 종료를 맞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네덜란드 국부펀드가 증시 하락 리스크에 대응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 업체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팀 헤이스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글로벌 증시 전반의 약세 흐름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미국 주식 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기 부양책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가 앞으로 자산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