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KB·신한·하나 등 은행·금융지주계열 A등급
모회사 없거나 약하면 BBB 등급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저축은행에도 금수저와 흙수저 차별이 있다. 튼튼한 모회사 후광을 업은 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은 A등급으로 높지만 이런 모기업이 없거나 약하면 BBB 등급이었다.
저축은행들은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기업신용등급(ICR)을 의뢰해서 등급을 받았다.
29일 저축은행 및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 중 21곳의 기업신용등급이 공개됐다. 이중 신용 최종등급과 자체신용도가 동일한 저축은행은 6곳이다. 최종등급이 자체신용도보다 2단계(notch) 높은 저축은행은 7곳이었고, 1단계 높은 저축은행은 8곳으로 나타났다.
최종등급은 자체신용도에 유사시 정부·모회사·계열사 등의 지원 가능성을 포함한 등급을 말한다. 회사의 독자 채무상환 능력이 민낯이라면 최종등급은 화장발인 셈이다.
최종등급이 자체신용도보다 2단계나 높은 저축은행은 BNK, IBK, KB, NH, 신한, 하나, 한화였다. 재계순위 8위인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저축은행을 제외하면, 모두 은행 및 금융지주 계열이다. 통상 은행 및 금융지주는 큰 자산 규모에 힘입어 계열사 지원 여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1단계 상향된 저축은행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바로 외국계(OSB, SBI, 페퍼)와 증권계(대신, 유안타, 키움, 키움예스) 그리고 공제회(더케이)다. OSB와 SBI는 각각 일본 오릭스와 SBI홀딩스, 페퍼는 호주 페퍼그룹 자회사다. 또 더케이저축은행은 교직원공제회가 지분을 전량 보유했다.
이들과 달리 모회사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곳은 JT, 드림, 모아, 부림, 유진, 푸른상호 저축은행으로 나타났다. 그룹 계열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JT(모회사 일본 J트러스트), 유진저축은행(유진그룹)은 그룹 소속이지만, 모회사 신용도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최근 신용등급을 받은 것은 퇴직연금 때문"이라며 "신용등급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어느 저축은행에 퇴직연금을 맡길지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저축은행일 수록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관련규정 개정 절차를 완료해 저축은행 예·적금을 퇴직연금의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추가했다. 지금까지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상품은 은행 예·적금과 금리확정형 보험상품, 원금보장형 ELB(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만 가능했다.
이는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난해 92%), 퇴직연금 수익률이 1%대에 불과한 실정을 감안한 방안이다. 은행(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 8월 기준 1.97%)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2.64%) 상품을 편입해 낮은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고자 한 거다.
지난 3개월 동안 저축은행들은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앞다퉈 기업신용등급 평가를 받았다.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제공 금융기관이 되려면 신용등급이 BBB- 이상이어야(투자적격등급) 하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금융기관에 해당되는 요건이다.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전용상품은 내달 1일 시장에 나온다. 이를 앞두고 페퍼저축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10여곳은 마지막 전산 테스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