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공과대 강봉철 교수, 친환경·저비용 반도체 제조기술 개발
“실리콘 나노 결정에 레이저 쏘면 응집돼 반도체 제조”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 공정 패러다임 전환
화학물질 공정 필요없어 ‘친환경 반도체’ 구현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를 만드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큰 스케일의 실리콘 웨이퍼를 다단계의 공정을 통해 미세하게 나누고 분리시켜서 반도체를 만드는 하향식(Top-down) 제조 방식이었다. 이번 기술은 작은 스케일의 실리콘 나노 결정에서부터 이를 모으고 뭉쳐서 미세한 반도체를 만드는, 이른바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 공정 패러다임을 뒤바꾼 것이다.
25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금오공과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강봉철 교수 연구팀은 복잡한 다단계 공정 없이 일상적 환경에서 단일 공정으로 고성능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친환경·저비용 실리콘 기반 반도체 제조 공정을 개발했다.
(그림1)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과 나노 캐니언(Nano Canyon) 이미지 : 그랜드 캐니언을 1조 배 이상 면적을 축소한 나노 스케일의 실리콘 나노 캐니언의 실제 형상. [자료=한국연구재단] |
연국결과는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ACS AMI(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에 24일자 주요 논문으로 실렸다.
실리콘은 반도체의 핵심 소재이지만, 실리콘을 반도체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제, 도핑, 진공증착, 에칭, 표면 처리와 같은 까다롭고 복잡한 화학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설비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고 에너지 소모가 큰 데다 유독 화학물질 사용으로 인명사고와 환경오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에 연구팀은 웨이퍼 활용으로 대표되는 화학적 부식 과정과 복잡한 다단계의 진공·미세화 공정 없이 실리콘 막을 제조하기 위해 실리콘 나노결정 용액에 레이저를 쬐어 일반적 대기환경에서 단일 공정으로 광 반응성이 우수한 광전자 소자용 블랙 실리콘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레이저를 쬐면 실리콘 나노 결정이 용융되어 자기 군집화가 일어나고, 이런 과정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면 서로 다른 크기의 마이크로와 나노 구조가 혼재한 실리콘 반도체 막이 형성된다.
(그림2) 이번연구의 반도체 제조 공정도 및 실리콘 나노 캐니언 형성 원리 : 대기상태에서 유리에 코팅된 실리콘 나노결정에 레이저를 조사하여 블랙 실리콘 반도체를 단일공정으로 제조. 레이저에 의해서 실리콘 나노 결정들이 용융되어 순간적으로 소수성 실리콘 액적으로 상변화가 발생하고 기판에 맺히지 않고 상호 이동하여 자가 군집화 발생. 나노돌기로 덮여있는 마이크로 실리콘막이 나노협곡을 경계로 분포되어 있는 나노 캐니언의 다중스케일 구조 형성. [자료=한국연구재단] |
이러한 실리콘 막은 100nm(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이하의 나노 돌기로 덮인 1~10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마이크로 실리콘 막이 나노 협곡을 경계로 무질서하게 분포된 구조를 갖는데,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을 1조 배 이상 축소한 형상과 매우 유사하다.
연구팀은 이런 독특한 나노 협곡 구조를 ‘나노 캐니언 (Nano Canyon)’이라 명명하고 학계에 최초로 보고했다.
나노 캐니언 구조는 빛 산란을 일으키는 경로를 다양화하기 때문에 자외선부터 적외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파장의 빛에 대해 높은 흡수율을 나타내는데, 연구팀은 이러한 광학적 특성을 활용해 광 감도가 우수한 고감도 광센서를 제작하는 데도 성공했다.
금오공과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강봉철 교수 [사진=한국연구재단] |
강 교수는 “웨이퍼 활용 등 기존 화학적 부식을 통한 하향식(Top-down) 반도체 제조방식에서 나노 크기 실리콘 결정의 응집을 통해 제조하는 상향식(Bottom-up)으로 반도체 공정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며 “향후 이미지 센서, LED,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배터리 등 다양한 전자산업계 생산 현장을 안전한 공정으로 탈바꿈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강 교수는 이번 기술의 특허출원을 완료했으며,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imy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