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1년간 2745시간 노동..10년간 총 166명 집배원 사망
집배원 노동조건개선 기획추진단 운영결과 발표
[서울=뉴스핌] 김영섭 기자 = 집배원들의 사망사고가 사회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집배원의 주 52시간 근무를 위해 내년 1000명 등 정규직 2000명을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집배원의 토요근무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폐지될 전망이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민간전문가 등 10명으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단장 노광표)은 22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배원들의 노동시간, 건강상태, 직무스트레스 등 노동조건 실태를 발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7대 정책분야 38개 핵심 추진과제를 권고했다.
기획추진단 발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집배원 노동시간은 연간 2745시간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6년 기준 한국 임금노동자 연간 평균 2052시간 근무보다 693시간,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763시간보다 982시간 각각 긴 것이다. 하루 8시간 노동 기준으로 봤을 때, 집배원들이 한국 노동자와 OECD 회원국에 비해 각각 87일, 123일 더 일을 한다는 의미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민간전문가 등 10명으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단장 노광표)은 22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8.10.22. kimys@newspim.com [사진=김영섭 기자] |
또 우체국(총괄국) 단위로 볼 때 연간 노동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 곳이 13곳(1388명)으로, 조사대상 집배원 총 1만6484명의 8.4%를 차지했다. 배달물량이 집중되는 설‧추석 노동시간은 주당 68.0∼69.8시간이었다.
이런 장시간‧중노동에 따라 집배원들은 만성적 질환과 사고 위험, 직무스트레스 등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8∼2017년 최근 10년 동안 총 166명의 집배원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건강역학조사와 직무스트레스조사, 사망자료 분석 결과 집배원들의 심혈관계질환, 사고, 호흡기질환, 소화기질환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이 질환들은 장시간 노동과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배원들의 직무스트레스 수준 또한 소방공무원, 임상간호사, 공군조종사, 원전종사자 등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업무량이 많음을 의미하는 직무요구도, 작업환경의 열악함을 나타내는 물리환경 영역의 점수가 비교집단 중 가장 높았다.
기획추진단은 이런 노동조건 실태를 바탕으로 지난 1년여 논의를 거쳐 7대 정책권고안을 채택, 발표했다.
우선, 과중노동 탈피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인력증원을 권고했다. 주 52시간 이하 근무를 위해 집배원 2000명의 정규직 증원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며, 내년에 정규직 1000명을 증원하고 이후 추가 재정을 확보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토요근무폐지를 위한 사회적 협약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토요근무 폐지를 위한 사회적 대화를 위해 우정사업본부 노‧사, 민간택배기업, 시민사회, 소비자가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안전보건관리 전문인력 확보 및 전담조직을 구축하고 기획에서부터 실행 및 평가환류 단계까지 노동자(노동조합) 및 내·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하는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을 권고했다.
아울러 작업여유율, 휴식시간 등의 요소를 추가해 표준 부하량을 산출하고 부하량 산정기준 마련하는 등 운영 및 활용 과정에 외부전문가 및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는 집배 부하량시스템 개선을 권고안에 담았다.
이밖에도 △우정직군 차별해소와 사기진작을 위한 인사제도 개선 등 조직문화 혁신 △집배팀별·개인별 우편물 구분 제공 및 구분자동화 설비 확충, 스마트 PDA를 통한 마감업무 간소화 등 집배원 업무완화 제도개편 △우편요금 및 우편할인 제도 조정, 우체국 금융사업 이익금 적극 활용 등 우편 공공성 유지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재정확보를 권고사항에 포함시켰다.
7대 정책권고안 발표와 함께 기획추진단은 ‘이행점검단’을 구성, 운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집배원들의 노동조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7대 정책권고안’ 이행실적을 면밀히 평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토요근무제 폐지는 과거 1차례 시행해본 결과 부작용이 심각하고 토요근무자는 월요일에 쉬는 등 주5일 근무와 52시간 근무제는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며 "또한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토요택배 수요가 여전한 만큼 사회공익적 차원에서 현재로서는 (당장) 토요근무제를 폐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광표 단장은 “매년 20명에 가까운 집배원들이 목숨을 잃는, 반복되는 사망재해의 원인을 찾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해 왔다”며 “권고안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공감대 형성과 노동조합들의 지지와 협력, 우정사업본부의 집행력 등이 뒷받침돼야 노동조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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