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글로벌 투자 수월, 현지 부동산 매물 투자도
[서울=뉴스핌] 전선형 기자 = 국내 증권사들이 홍콩에 '통 큰' 투자를 결정하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지리상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에 수월하고, 대형 부동산 매물이 많아 IB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홍콩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4533억6000만원(4억달러)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홍콩 현지법인의 자기자본 규모는 1000만달러에서 4억1000만달러로 큰 폭 증가하게 돼, 한국투자증권 현지법인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를 기반으로 홍콩 현지법인을 아시아 금융시장 도약을 위한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우선 프롭 트레이딩(proprietary trading)과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운용을 시작하고, 점차 해외 대체투자 상품과 투자은행(IB) 딜 소싱 등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시킬 계획이다.
앞서 NH투자증권도 홍콩 현지법인 사업확장을 위해 지난 9월 홍콩법인에 1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NH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2015년 홍콩법인을 보유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NH투자증권의 홍콩법인 총자본 규모는 기존 2516억원 수준(6월 말 기준)에서 3900억원대로 늘어나게 된다.
미래에셋대우도 홍콩법인 미래에셋증권HK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미래에셋 홍콩 비상근 회장에 취임하면서 홍콩법인 역할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은 올해 초 자기자본 1조497억원에서 올해 6월말 기준 1조4530억원으로 38.42%(4033억원) 늘어났으며, 순이익도 지난해말 237억원에서 올해 6월말 286억원으로 증가했다.
KB증권도 지난해 5월 홍콩법인에 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동시에 KB증권은 KB국민은행 홍콩지점과 KB증권 홍콩법인의 사무공간을 통합하며 계열사 간 글로벌 비즈니스 시너지도 확대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홍콩에 관심을 크게 두는 이유는 중국 등 선진 금융시장 접근의 용이함 때문이다. 홍콩은 선진적 법률제와 인프라, 영어의 공용언어화 등 탁월한 조건 등으로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세계 금융시장을 이끄는 지역이다. 경쟁도 치열하지만 중국 및 아시아지역 진출의 교두보로서도 입지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홍콩은 IB업계 관심 종목인 대형 부동산 투자 건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홍콩 당국이 부동산 대출에 대한 규제를 바짝 조이면서 홍콩 내 대형 빌딩 매물이 쏟아지는 등 국내 IB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실제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 4월 말 '더 센터' 빌딩의 최종 투자자로 선정되며 홍콩 IB투자 스타트를 끊었다. 더 센터 빌딩은 홍콩 최대 부호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소유로 홍콩의 핵심 업무지구인 센트럴에 위치한 알짜 건물이다. 당시 거래 규모는 51억달러(약 5조5000억원) 수준으로, 이 중 미래에셋대우는 총 3억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증권사들이 홍콩에 진출했다가 적자후 사업을 축소한 경우도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은 자본 규모도 4조원 이상으로 커졌고, 일반 증권업무가 아닌 IB투자로 접근하면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