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조, 내년 승진시험 대상자 올해 시험쳐야 농성"
"박 시장, 노조 대표 면담 후 노사합의 방침 바뀌어"
"60점 이상이면 승진…정규직 시험은 경쟁률만 65.9대1"
"서울시 해명자료 엉터리"…조목조목 반박한 한국당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자유한국당이 서울교통공사의 가족 및 친인척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한데 이어 이번에는 이들의 승진시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 공채 직원들과 같은 직급인 7급을 받기 위해서는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시험의 난이도가 너무 쉬운데다 내년 승진대상자까지 올해 시험을 치르기로 서울시와 노조가 합의했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지난 17일 서울시가 낸 해명자료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하며 거짓해명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통공사의 내부 승진시험 문제를 지적했다.
◆ 합격률 93.6%인 승진시험…정규직 필기는 경쟁률만 65.9대 1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2월 31일 체결된 노사 합의서에는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데 노사가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합의서에 따르면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된 7급보 직원들 중 2016년 이전 입사자는 2018년 3/4분기에 시험을 보고, 이후 입사자는 2019년 하반기에 시험을 봐 7급으로 승진하도록 합의했다.
문제는 올해 5월 2016년 9월~12월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직원들까지 전부 올해 승진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방침이 수정됐다는 점이다.
한국당은 이 과정에서 노조와 박 시장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에 따르면 7급보들의 승진 시험은 공통문항(취업규칙 5문항), 직종별 관련 사규(20문항), 역량평가(25문항)로 이뤄져있으며 합격기준은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이다.
김 사무총장은 "당초 서울교통공사가 시험을 쉽게 내겠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탈락자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시험은 동의할 수 없다. 아무리 쉽다고 해도 누군가는 탈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노조원들이 시험을 보지 못하도록 방해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총의 시험 거부 시도로 응시율은 37%밖에 안됐다. 그런데 시험이 너무 쉬워 합격률은 93.6%에 달했다"면서 "이렇게 되니 민노총이 거꾸로 태도를 돌변해 노조를 중심으로 추가 승진시험을 올해 안에 보자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에 따르면 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공사 측은 연내 시험 재실시는 불가하며 내년 하반기에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민노총 산하 노조는 사측의 이런 결정에 반발,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승진시험 논란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18 jhlee@newspim.com |
당시 노조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면담을 했는데, 그 후에 서울교통공사 산하 대형 노조인 민노총 산하 노조(1만2000명 소속)와는 연내 시험 실시에 합의하는 이면 '특별합의서'를 지난 9월 작성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더 나아가 소수 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노조(2400명 소속)와는 연내에 시험을 재실시하는데 미합의했다고 밝혔다.
결국 승진시험도 원래 노사합의서와 달리 연내 다시 치르기로 이면 합의하고, 소속 노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근로자는 연내 승진시험을 치르고 일부는 응시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한국당의 주장이다.
김 사무총장은 "서울교통공사에 묻는다. 일반직 7급 전환시험을 연내 실시하기로 정식 합의한 것인지, 이면합의를 한 것인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면서 "서울시가 법도 없고 제도도 없고 원칙도 없는 식으로 1만7000명이 근무하는 공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난 6일 서울교통공사는 정규직 공채 필기시험을 치렀다. 총 2만9724명이 응시했는데, 이 중 451명을 뽑는다. 경쟁률이 65.9대 1"이라면서 "43개 학교를 빌렸고, 이 중 3개 교실에서 1~2명의 필기합격자가 나온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들은 60점 이상만 돼도 합격"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한명의 탈락자도 있는 시험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방해하더니, 시험이 쉽게 나오자 다시 입장을 바꿔 다 같이 시험을 보고 정규직으로 해달라고 농성하니 서울시장이라는 사람이 방침을 바꾼다"면서 "이게 나라냐. 박원순 시장은 앞으로 청년 일자리를 절대 입밖으로 내서는 안 된다.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일부 언론과 한국당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추가시험 실시는 박원순 시장이 개입한 것이 아니라 노사 간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이라면서 "전환시험 추가 실시는 노사합의 주체간 동의가 있어야 할 사항인데, 현재 양 노조간 이견이 있어 연내 실시가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 "직원 가족들 대거 입사때 정규직 전환 방침 정해져 있었어"
이날 한국당은 전날 발표된 서울시의 서울교통공사 채용 관련 해명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2018.10.18 leehs@newspim.com |
김 사무총장은 "서울시에서 1만7000명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친인척 재직 현황을 조사했다고 하는데, 그럼 전수조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면서 "전체 직원 중 친인척과 가족이 몇 명이나 있는지 공개하기를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안전업무 담당 직원들의 자격요건과 관련해서는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던 안전업무를 직영화하는 과정으로 이뤄진 만큼 지원자들은 기존에 이미 안전업무를 수행하던 이들"이라면서 "자격과 면허를 가점요건으로 부여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사무총장은 "서울지하철 1~4호선 안전업무는 유진메트로컴과 은성 PSD에서 담당했고 5~8호선은 직영으로 관리했다"면서 "서울시 말대로라면 안전업무를 담당했던 이 회사 사람들이 모두 무기계약으로 들어와야 한다. 이들 업체 중 무기계약으로 들어온 사람은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어제 말했던 대로 이전에 동종업계 경력이 전무하고 자격증도 없는 통진당 출신 임모씨와 정모씨 등은 현재 동대문역, 구의역에 배치돼 일하고 있다"면서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사람 중 이들처럼 경력이 전무하고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 밝혀야 한다. 정말 이게 안전을 강화하고 구의역에서 숨진 김모군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직원가족 65명의 대거 입사 시점에 대해서도 한국당은 미리 알고 입사했을 수밖에 없다고 재반박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무기계약직 채용 공고 시점이 2016년 7월~2017년 3월이었지만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은 2017년 7월에 발표됐으므로 채용 당시에는 정규직 전환 방침이 결정되지 않았을 때라고 해명한바 있다.
김 사무총장은 "어제 해명을 통해 서울시는 일단 직원가족 65명 대거 입사는 인정하는 셈이 됐다"면서 "게다가 박 시장은 구의역 사고가 난 2016년 5월 이후 한달 후에 '지하철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2016년 구의역 사망재해 진상조사결과 보고회에서도 같은 의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가족들을 무기계약직으로 대거 채용했을 때 정규직 전환 방침이 결정되어 있었던 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사무총장은 "서울교통공사뿐 아니라 SH공사나 농식품공사 등 큰 회사들도 지금 비정규직이 상당히 많은데 정규직 전환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 "이런 곳들까지 유사한 사례까 있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으며 몇가지 구체적인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공공기관들의 이 같은 친인척 채용비리에 대한 전수조사와 국정조사까지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