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범죄예방디자인' 적용한 서울 마포구 도화동 심야 스케치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낡은 주택과 비좁은 골목이 많아 우범 예상지역으로 꼽혔던 서울 마포구 도화동. 어둠이 내려앉은 17일 저녁, 서울 도화동 일대를 찾았다.
서울지하철 5호선 마포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술집과 모텔이 즐비한 유흥거리를 지났다. 100m쯤 걷자 네온사인의 화려함은 온데간데없고 언덕을 품은 고요한 주택가가 나타났다.
도화동에서 쭉 뻗은 일자형 길은 흔치 않았다. 옆길로 새면 꼬불꼬불한 골목길로 들어서기 일쑤였다. 인적이 드문 길가에선 인접한 가정집 물소리만 조르르 귀를 때렸다.
고요한 주택가, 도화동은 2015년 ‘안전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범죄예방디자인(CPTED·셉테드)을 입었다. 거칠던 시멘트벽엔 벽화가 생기고 CCTV 3개와 반사경 11개, 비상벨 3개, 보안등 56개 등 안전시설이 설치됐다.
'범죄예방디자인'이 적용된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골목길. 2018.10.17. zunii@newspim.com [사진=김준희 기자] |
폭이 좁고 긴 골목에선 스무 걸음에 1개꼴로 가로등이 나타났다. 어둠이 들어설 틈이 없었다. LED 조명은 조도가 높아 눈이 부실 정도였다. 굽이진 골목길에선 반사경으로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상대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비좁은 골목의 특성상 누군가 따라오거나 달려오면 신경이 곤두섰다. 가로등이 비껴간 거리는 암흑 그 자체였다. 가로등을 등진 주민들의 모습이 보였지만 검은 형체만 보일 정도로 깜깜했지만 위협이 되는 사람은 없었다.
'범죄예방디자인'이 적용된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골목길. 2018.10.17. zunii@newspim.com [사진=김준희 기자] |
용강지구대 관계자는 “지금 도화동 일대는 1주일에 신고가 1, 2건 들어오는 정도”라며 “그마저도 쓰러져 누워 있는 주취자 관련이며 특별한 범죄가 없는 동네”라고 말했다.
범죄심리를 억제하는 ‘셉테드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LED 가로등이 밝게 비추는 골목길에선 알록달록 다양한 색으로 수놓은 벽화가 빛을 발했다. 밤하늘 아래서도 밝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거리 곳곳에 초록색 식물 화분으로 녹지대를 이룬 골목도 밤거리의 안정감을 높였다.
인근 마포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학원을 마친 아이를 기다리면 학부모 정모(39·여)씨는 “밝은 조명등 덕에 거리가 무섭다고 느낀 적은 없다”면서도 “해가 빨리 떨어지는 만큼 아이는 직접 픽업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