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산운용 규모 사상 첫 1000조 돌파
미래에셋 운용자산 100조 육박...1년만에 10조 급증
업계 유일 2분기 400억대 순익 달성까지
전문가들 “독주 체제 당분간 지속될 것”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올해 상반기 운용자산(AUM)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증시 호황을 등에 업고 1000조원에 도달한 적은 있지만 반기 기준 1000조원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독보적이다. 미래에셋은 업계서 유일하게 2분기 400억원대 순익을 거두는 등 상반기에만 순이익이 540억원을 기록했다.
<사진=미래에셋대우> |
반면 미래에셋과 함께 상위권을 형성중인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 KB자산운용 등은 반기 200억원 안팎에 그쳤다. 이들 역시 다른 운용사 대비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수익성과 규모가 전반적으로 커진 것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성과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1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38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00억원 이상 급증했다. 분기별로는 2분기 2162억원을 기록해 1707억원에 그친 1분기보다 26.7%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운용자산 역시 6월말 기준 1010조원으로 사상 첫 1000조원을 넘었다. 퇴직연금 시장 확대 및 사모펀드 활성화로 펀드수탁고와 투자일임 계약고 모두 전 분기 대비 각각 1.7%, 2.2%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10년간 업계 순익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미래에셋도 수탁고 확대가 수수료 수익 증대로 이어지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6월말 기준 미래에셋의 운용자산은 집합투자 69조원, 일임계약 28조 등 총 97조원에 달한다. 이는 3월말보다 3조원, 작년 6월말보다 10조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여기서 수수료 수익으로 인식되는 운용보수액은 1248억원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미래에셋은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 2691억4900만원 가운데 수수료수익으로만 2023억4570만원을 거둬들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시장참여자들의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펀드와 투자일임 수탁고가 늘어난 것이 실적 호조의 주된 원인”이라며 “최근 사모펀드에 대한 관심과 함께 상품 라인업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당분간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 순익 2위를 차지한 삼성자산운용 역시 운용자산 확대에 따른 안정적인 이익 기조가 지속됐다.
삼성자산운용은 1분기 127억원에 이어 2분기 121억원으로 상반기 순이익 249억원을 시현했다. 지난해 분사 이후 부진을 거듭하다 1분기 최대 순익을 거둔데 이어 2개분기 연속 120억원대 순익을 달성하며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1위 미래에셋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342억원, 249억원으로 미래에셋의 절반 수준이다.
2위 경합을 펼친 한국투자신탁과 KB자산운용 등도 비슷한 성적이다. 작년 상반기 순이익 116억원에 그친 한국투자신탁의 경우 1년 만에 100억원 가량 성장하며 단숨에 3위로 올라섰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 227억원, 182억원을 기록했던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오히려 이익 규모가 감소하며 각각 197억원, 140억원의 상반기 순익을 기록했다.
<사진=미래에셋자산운용> |
전문가들은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현재 구도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이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한 채 나머지 중·대형 자산운용사들의 2위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각종 지표 역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KB자산운용에 이어 국내에서 2번째로 많은 펀드매니저를 보유 중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국형 헤지펀드제도 도입 이후 7년 만에 수탁고 1조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투자자가 은퇴 준비자금 마련 등 특정 목표시점을 가진 펀드에 투자하면, 운용기간 중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미래에셋전략배분TDF 시장에서 업계 수익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일각에선 미래에셋의 자체적인 성장성 외에 자산운용사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것 또한 상위권을 고착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자산운용 사업 등록 문턱을 낮추면서 회사 수는 늘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 오히려 상위권 업체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228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흑자를 기록한 회사는 137사로 전체의 60%에 불과하다. 반면 적자회사는 91사로 적자회사 비율이 1분기 36%에서 2분기 39.9%로 확대됐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수탁 규모와 과거 수익 테이블을 보고 자산운용사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그룹 내 견실한 증권사와 캐피탈 등을 등에 업은 미래에셋의 강세 속에 이를 추격하려는 나머지 업체들의 경쟁 구도가 정립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