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128만명...부족한 일손 메워
“일본 사람으로 바꿔라” “일본말 똑바로 해라” 등 모욕
로손·패밀리마트, 현지에서 유학생 대상 사전 교육
[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일본이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일손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소매점이나 음식점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0월 시점에서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약 128만명에 이른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인구절벽에 직면한 일본 사회 내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에 있다고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법무성이 지난해 발표한 재일 외국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약 30%의 외국인 노동자가 “일본인으로부터 모욕을 당하는 등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들이 주로 듣는 모욕적 발언은 “일본 사람으로 바꿔 달라” “일본말 좀 똑바로 해라” 등이다. 신문에 따르면 도쿄(東京)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만 출신 남성(27)은 “접객 중 일본말을 못 알아듣겠으니 일본 사람으로 바꿔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유학을 온 한 여성(23)도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 손님으로부터 자신의 일본말을 못 알아듣겠다는 핀잔을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건설이나 농업 등에서도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러한 차별을 막고자 도쿄변호사회는 지난 6월 ‘인종차별 철폐 모델 조례안’을 도쿄도에 제안했다. 차별적 언행을 당한 외국인 노동자가 지자체에 신고하면 조사와 심의를 거쳐 행정지도나 경고, 행정명령 등을 조치를 발령할 수 있는 내용이다.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는 물론 취직이나 입주 등에서의 차별 등 인종에 의한 부당한 대우를 모두 포함한다. 손님으로부터 모욕적 발언을 듣거나 업주로부터 인종을 이유로 차별을 받았을 때에도 신고할 수 있다.
일본은 1995년 유엔 인종차별 철폐 조약에 가입했다. 도쿄도도 현재 차별방지 조례안을 심의 중이다. 외국인이나 성적소수자(LGBT)에 대한 차별 해소를 목적으로 혐오발언 등을 규제한다.
하지만 아직 인종차별을 종합적으로 규제하는 제도는 없는 것이 현재 일본 사회의 실정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기업들도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기 쉬운 환경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편의점 업체 로손은 2016년부터 한국과 베트남에 연수원을 설치하고 일본에 유학 예정인 학생을 대상으로 POS 단말기 사용법이나 접객 등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손님의 지나친 언동 등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도 갖추고 있다.
패밀리마트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일본의 문화에 대해 정리한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 점포에서는 ‘외국인 직원 모두 성실하게 일하고 있으니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세요’라는 안내 문구를 붙인 곳도 있다.
일본 정부는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는 외국인 취업이 제한됐던 단순 노동직에서도 문호를 개방할 방침이다.
건설이나 농업, 개호(노인 돌봄), 숙박, 조선업 등 5개 업종을 대상으로 내년 4월 새로운 체류 자격을 신설하고,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50만명 이상의 노동자를 받아들인다는 계획이다.
goldendo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