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0.25%p 기준금리 인상에도 중국은 동결
무역전쟁, 통화전쟁으로 확전 가능성 예의주시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미국이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무역전쟁 상대국인 중국이 ‘동요할 필요 없다’며 시장 안정에 나섰다. 유동성 확보 및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6일 기준금리 범위를 2.00~2.25%로 25bp(1bp=0.01%포인트) 높인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은 FOMC 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으며 앞서 전문가들 역시 금리 인상을 예상해 왔다.
지난 3개월간 달러/위안 환율 추이 [캡쳐=신랑재경] |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27일 기준금리 및 정책금리를 동결해 미국 금리인상을 따라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공개시장운영 역시 중단했다.
이에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에는 차이가 있으며 굳이 미국을 따라 금리를 인상해야할 필요가 크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오칭밍(趙慶明) 금융선물거래소 연구원은 “실업률, 소비, 인플레이션 등 분야에서 미국은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며 “연말 추가인상은 물론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자오 연구원은 “중국은 대내외 압력에 따른 물가상승, 부동산경기 안정, 수출경기 둔화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금리를 조절하더라도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및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금리 등 정책금리를 5~10bp 정도 높이는 미세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왕유신(王有鑫) 중궈(中國)은행 연구원 역시 “중국의 금리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미 금리인상에 따른 위안화 절하 압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6월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을 때도 중국은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지키고 동요하지 않았다”며 중국과 미국의 차이를 설명했다.
기존 위안화 절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7위안’ 선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유명 경제학자이자 전(前) 인민은행 금융통화위원이었던 위융딩(余永定)은 “인위적으로 6위안대 환율을 지키는 것은 트럼프를 도와주는 일”이라며 당국이 위안화 가치 방어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중국 신징바오(新京報)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위안화 환율이 7위안대로 접어드는 것(위안화 가치 절하)은 중국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절하 압력에 대해 그는 “위안화 환율 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들었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의 정책이 아닌 수요-공급”이라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의 미국 추가 금리 인상은 무역전쟁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미중 무역전쟁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위융딩 전 위원은 중국에 필요한 금융정책으로 ▲통화정책의 독립성 ▲환율의 자율성 ▲자본 유출입 관리를 꼽았다. 그는 “지금은 위안화 가치 방어보다 유동성 공급에 치중해야 할 때”라며 “자본 유출입을 엄격하게 관리한다면 외환보유액 감소 우려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위 전 위원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데다, 미국의 펀더멘털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19일 톈진에서 열린 제12회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신화사 뉴스핌] |
올 들어 위안화 절하가 지속되자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리커창(李克強) 총리는 지난 19일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위안화 절하를 통한 수출 지원 방안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27일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6.8642위안으로 고시했다. 전 거래일 대비 위안화 가치는 0.10% 하락해 미 금리 인상을 반영했다.
홍콩 금융관리국은 이날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2.5%로 공시했다. 홍콩 주요 매체들은 홍콩 상업은행들이 12년 만에 대출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