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보험맨] 이찬우 ABL생명 영업교육본부장
설계사 특성과 지역별 차이에 따른 맞춤형 교육 준비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어느 날 새벽 삐삐가 울렸어요. ‘지금 병원으로 와 주실 수 있나요?’ 3개월 전 나의 권유로 보험을 가입한 젊은 고객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비보였어요. 시간이 지나고 유가족에게 수표책을 전달하던 날, 고객의 부인은 내 손을 잡고 오열했죠. 수표책을 담은 봉투는 순식간에 검은 마스카라 얼룩으로 채워졌습니다.”
이찬우 ABL생명 영업교육본부장은 아직도 20여 년 전 그날이 생생하다.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잠시 말도 잇지 못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미국 이민 후 우연한 기회에 보험업계에 발을 디뎠다. 미국 알리안츠생명, 뉴욕라이프에서 활동했다.
이 본부장은 “ ‘상품 하나를 파는 것이 아니라 가정의 행복을 위하는 것’이라는 보험의 가치를 처음 알려주신 분들”이라며 “지금도 그 가족과 연락을 하는데, 자녀들이 밝게 장성한 모습을 보면서 ‘이게 생명보험의 의미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찬우 ABL생명 교육본부장이 3일 서울 여의도 ABL생명빌딩에서 가진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5.03 yooksa@newspim.com |
◆ 보험의 핵심은 기초·기본
“그동안 국내 보험사는 설계사들에게 영업만 잘하면 ‘일은 배우지 않아도 된다’, ‘아무 때나 나와도 된다’며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것을 묵인해 왔어요. 설계사는 고객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사람인데,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요.”
이 본부장은 설계사를 전문가로 육성하지 않는 한국 보험업계를 안타까워했다. 지인을 끈질기게 따라다니고 상담은 엉터리로 하고 비싼 보험만 추천하고… TV, 영화에서 보험설계사는 이렇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진다. 이는 설계사가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가 설계사에게 기초·기본을 강조하는 것은 미국에서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본부장도 3개월간 단 1건의 실적을 올리지 못했던 초년생 시절이 있었다. 먼 타지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기도 했지만, 지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기도 부끄러웠다. 지켜보던 상사가 보험 영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침을 줬고, 이 본부장도 열심히 배웠다. 이후 그는 친척을 다짜고짜 찾아가 본인의 영업방식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15분 정도 시연을 했는데 피드백 내용이 첫날엔 종이 앞뒤로 빽빽하게 5장, 다음날엔 2장, 그 다음날엔 반 장으로 줄었어요. 마지막 날이 되니 친척 아저씨가 상품 내용을 외우실 정도였죠. ‘상품이 좋네’, ‘보험은 필요하네’ 말씀하시며 첫 고객이 돼주셨어요. 이게 내가 보험 영업에 기초·기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시작입니다.”
◆ 보험 교육업계 ‘최초’ 컬렉터
이 본부장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여러 개 갖고 있다. 1999년 삼성생명에 교육 담당으로 합류한 후 국내 최초로 FC(Financial Consultant)라는 단어를 도입했다. 이 본부장은 “제가 만든 3개월짜리 ‘파이낸셜 컨설턴트’ 교육을 수료한 설계사들에 붙여준 FC라는 명칭이 일반명사가 됐다”고 회상했다.
CFP(Certified Financial Planner) 개념도 그가 정착시켰다. 당시 국내에 없는 개념이라 자격을 얻으려면 시험을 미국에서 봐야 했다. 이 본부장은 삼성생명 직원 15명을 미국에서 시험보도록 해 그중 절반이 통과했다. 이들이 합격한 후 한국FP협회가 만들어졌고, 시험을 국내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이 본부장의 ‘첫' 시도가 고능률, 혹은 자산관리 영업으로 이어졌다.
증원이라고 쓰이던 용어를 ‘리크루팅’으로 전환해 인력 채용의 개념을 바꿨다. 또 설계사가 특성에 맞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활동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본부장은 “만날 수 있는 고객을 만들어내는 사람을 FC로 채용해 상품 위주가 아닌, 어느 고객층을 많이 확보했는지 분석하는 등 설계사의 특성에 맞게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고객 리스트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해 채용하고, 이들 설계사마다 맞춤 교육을 실시해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설계사의 소득이 오르고 정착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착률이 높아지면 계약유지율도 올라가는 선순환이 이어진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ABL생명으로 옮긴 후 ‘한국형 보험영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내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보험 선진국 방식을 따라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에서다.
이 본부장은 “ABL생명에 온 지 약 1년이 됐는데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현황을 다 진단했다”며 “획일적인 교육체계를 무너뜨리고 현장에 맞게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교육을 20개가량 돌리면서 설계사가 자기 특성에 맞는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만든 게 변화의 시작이다. 아울러 각 지역마다 다른 교육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15개 지역본부별로 다른 교육체계를 접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milpar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