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유럽에 비즈니스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내년 3월29일 영국의 EU 탈퇴까지 남은 시간이 6개월도 되지 않지만 양측의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면서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될 여지가 높기 때문.
영국 런던의 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반(反) 브렉시트 시위자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의약품부터 항공기 부품까지 공급망에 일대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기업들이 비상 대책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2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화이자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대형 제약업체들이 주요 제품의 재고 물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공식적인 브렉시트 이후 영국 국경을 넘는 데 장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영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의약품 가운데 유럽 수입품 비중이 7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캐드베리 제조업체인 몬델레즈 인텨내셔널은 초콜렛 공급을 대폭 늘리는 한편 그 밖에 원재료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EU 탈퇴 이후 상품의 수출입 및 세관 통과에 예기치 못한 걸림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는 공급 업체들에게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부품을 추가로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독일 자동차 업체 BMW는 내년 3월 공식적인 브렉시트에 앞서 상당 기간 영국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무질서한 ‘이혼’에 따른 공급망 교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경영 타격을 최소화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움직임이다.
영국 정부는 EU 측과 어떤 합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채 결별을 맞는 노 딜 브렉시트를 수 차례 경고한 한편 각 산업별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영국에서 취득한 운전 면허는 유럽 대륙의 다른 곳에서 사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영국 국경을 넘는 휴대폰 사용자들은 지금처럼 무료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담배 업체들은 흡연의 위험을 경고하는 담뱃갑의 사진을 다른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기존의 사진의 저작권은 EU집행위원회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수입되는 오렌지 주스에는 24.4%의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고, 그 밖에 다른 수입품 역시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에 따라 관세가 발생한다.
금융업계도 혼란이 예상된다. 보험과 펀드를 포함해 각종 금융상품 판매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크레디트 스위스(CS)와 도이체방크, UBS, HSBC 등 주요 은행들은 인력과 비즈니스를 런던에서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마드리드 등 유럽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EU 측은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협상안을 거부했고, 테레사 메이 총리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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