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에 몰려는" 트럼프 vs. "살살 달래기" 문 대통령
"美 제재 가운데 韓, 경제난 해결책 모색"
"한미 동맹 약화될 수도"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북한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피드백은 긍정적이었지만 일부 외신과 전문가들은 북한과 외교 방식에 있어 트럼프와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꼬집는다.
지난 5월 22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의 정치 전문지 워싱턴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의 코멘테이터 톰 로건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자 사설에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과 만남이 즐겁겠지만 미국은 그럴리 없다"며 "한국 지도자는 북한과 협상에 있어 미국의 근본 원칙을 배신했다"고 말했다.
로건 코멘테이터는 "검증가능한(verifiable) 비핵화와 무장해제 진전에 따라 경제·외교적 압박 수위를 낮추는" 북한과의 협상 원칙을 문 대통령이 유화정책으로 와해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회주의자로 보고 있다며, 군사력과 제재로 구석으로 몰아 양보를 받아내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한국은 변화를 두려워 하는 김 위원장의 인식을 완화시켜야 비핵화 설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로건은 한국이 김정은 정권에 경제적 지원을 늘리고 한미 합동군사 규모도 줄여 북한이 핵무기를 더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끔 하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약속하고 난 뒤에도 북한이 액체연료 사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2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며 로건은 한국의 자상한 배려가 정말 김정은의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접근 방식이 비이성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더라도 기존의 다른 무기로 한국을 공격해올 수 있다며, 자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접근 방식을 따를 수 밖에 없다고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후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을 하며 평양소주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로건은 미국이 한국의 접근 방식에 맞장구 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지도자간 우정을 환영하겠지만 그 관계에서 비롯된 그 어떠한 결정도 미국의 동의를 얻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그는 19일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에 "문재인 정부의 대북 경제교류 재개를 열망하는 것은 한미간의 균열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북 제재를 비핵화를 압박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계속 제재조치를 강조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한국 경제난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온라인 정치 매체 '웨스트윙리포트'는 남북 공동선언문이 발표되자 트위터에 "북한의 비핵화 정의는 미국의 정의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북한은 미군을 철수시키고 일본과 한국을 상대로 핵우산을 제거하기를 원한다"고 썼다.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의 외교정책 싱크탱크 IDEAS의 앤드류 해몬드 연구원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선언한 '전쟁없는' 한반도는 북한이 현재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시사하며 궁극적으로 이전의 종전선언 요구를 이행해달라는 큰 움직임이라고 풀이했다. '전쟁없는' 한반도 선언은 비록 상징적인 것에 그칠지 몰라도 일각에서는 한미 간 동맹이 약화될까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