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이드라인 나와도 은행 주택대출 '제한적'
고객별 사례 천차만별...정착까지 상당시간 필요
[서울=뉴스핌] 김진호 기자 = 9·13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대출 가이드라인을 은행에 배포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일부 대출상품 취급이 아직 불가능하고 고객별로 상황이 너무 달라 명확한 상담업무가 어렵다.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의 모습. /이형석 기자 leehs@ |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은 지난 14일부터 취급을 일시중단했던 1억원 이하 생활안정자금 대출과 무주택자의 9억원 이하 주택 구매자금 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각 은행들이 전산이나 내규에 반영하면서 가능해졌다. 은행연합회는 전날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주택시장 안정대책 관련 은행권 실무 FAQ’를 작성해 배포했다
하지만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일부 대출상품은 여전히 취급할 수 없는 형편이다.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과 무주택자의 9억원 초과 주택 구매자금 대출은 아직 접수가 제한되고 있다.
다주택자 주담대의 경우 다주택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국토교통부의 주택 소유시스템(홈즈·HOMS) 조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은행에서 홈즈 접속이 불가능하다. 은행이 대출 신청자의 주택 소유 여부를 국토부에 문의하면 다음 날에 답변을 받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원활한 상담이 진행되기 어렵다.
은행이 홈즈 시스템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주택 소유 여부를 조회할 수 있는 건 10월말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무주택자의 9억원 초과 주택 구매자금 대출도 은행권 공통의 약정서가 마련된 이후 취급될 예정이다. 추석 이후 판매 재개가 유력하다.
A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권 공통의 약정서를 준비하고 있다”며 “해당 약정서가 나오면 9억원 초과 주택 구매자금 대출 상품 취급이 가능해지는데 추석 연휴는 지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은행 창구의 혼란도 여전하다. 하나의 대출상품에서 적게는 수십 가지에서 많게는 수백 가지의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전날 배포한 세부 FAQ로 전부 대응하기엔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B은행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배포 이후 업무가 전보다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자료 외에 필요한 내용도 있고 사례마다 해석되는 부분이 너무 달라 정부 대책이 정착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9·13 부동산대책 발표를 서둘러 은행과 소비자 모두 혼란에 빠지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은행연합회 등을 통한 세부 조율로 정책 시행으로 빚어질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했는데 이번 대책의 경우 사전 예고 없이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유예기간 없이 전격 시행돼 은행들로선 혼란스러웠을 수밖에 없다”며 “대출규제가 큰 틀만 있고 세부지침이 없다는 점도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고 본다”고 말했다.
rpl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