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제 개편으로 4조달러 넘는 자금 미국으로 송환 기대" 큰소리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제 개편으로 해외에 쌓여 있는 기업 현금이 미국으로 밀려와 경제를 진작할 것이라 큰소리친 것과 달리 미국 기업들은 정작 자금 본국 송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유보금을 미국으로 들여올 경우 적용되는 현금송환 세율을 없애기로 했으며, 기존 수익에 대해서는 수익금 송환 여부에 관계없이 한 차례만 과세하기로 했다. 또 이후 진행되는 송환에 대해서 과세하지 않고, 향후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세제 개편으로) 4조달러가 넘는 5조달러에 가까운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WSJ가 총 2조7000억달러 정도의 자금을 해외에 유치해 둔 108개의 상장기업들의 공시자료를 검토하고 업체에 문의한 결과, 올해 들어 현재까지 1430억달러 정도만 송환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분의 2 정도는 시스코 시스템즈와 길리어드 사이언스 두 곳에서 송환한 금액이며, 그 외에 기업들은 370억달러를 추가로 송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애플처럼 보유액이 많은 기업 일부는 언제, 얼만큼의 금액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채 단순히 송환할 것이란 약속을 하는 데 그쳤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보스턴 사이언티픽을 포함한 업체 십여 곳은 즉각적인 해외유보금 송환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이보다 더 많은 기업들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거나 노코멘트 했다.
막대한 유보금을 해외에 두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알파벳 같은 대기업들은 애매한 공시자료 외에는 추가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WSJ는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해외유보금 본국 송환이 이전에 비해 급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4조달러 수준은 발끝에도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 진단이라고 전했다.
또 기업들은 미국으로 송환한 자금 상당 부분을 주식 바이백에 활용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바이백으로 주주들이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늘려 경제에 보탬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결국 세제 개편으로 근로자가 아닌 투자자들의 지갑만 불려주는 꼴이라며 비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